'후보백신 접종→바이러스 노출'…통상 과정이지만 윤리·실용성 제기
"위험해 비윤리적" vs "소수 위험감수로 다수 살리자"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할 궁극적 해답인 백신 개발을 위해 '인체실험'이 거론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 백신 후보를 접종한 뒤 바이러스에 노출해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통상적 시험이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 때문에 치열한 찬반논쟁이 뒤따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으로 중요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WHO는 감염 때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될 위험이 가장 작은 연령대인 18∼25세를 검사 대상으로 선정하라는 권고와 함께 세부적인 안전 지침도 제시했다.
HCT는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시험이다. 장티푸스, 콜레라,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의 경우에도 적용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는 신종 전염병으로서 확실한 치료제가 없고 치명률과 전염도가 높아 위험한 데다가 시험에서 효용도가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윤리와 실용성 양면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HCT의 안전지침을 제시한 WHO 전문패널에서도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위원들은 효과적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HCT가 시행되는 게 옳은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가 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실제로 백신이 더 빨리 개발될 수 있을지를 두고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 같은 논쟁이 보건당국, 제약업계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이미 HCT를 준비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해 자연적 감염이 모자라 연구를 할 수 없을 때 HCT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어떠한 HCT라도 독립적인 윤리학자들과 시험과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사람들로부터 절대적으로 엄격한 점검을 받은 뒤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급기관인 미 국립보건원은 자연적 감염으로 효과 검증이 충분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코로나19를 위한 어떤 HCT 연구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HCT를 직접 옹호하는 학자들은 시험 참여자들에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알려준다면 윤리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위험을 무릅쓰는 접근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뉴욕대 랜곤메디컬센터의 아서 캐플런 박사는 "위험하기는 하지만 아는 리스크와 모르는 리스크를 통보받은 지원자들을 구하는 것은 윤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룻거대의 생물학자 니어 에이얼 박사는 "리스크가 있는 접근법이기는 하지만 백신 개발이 한주씩 지연될 때마다 전 세계에서 수천명씩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치료제도 없는 판국에 지원자가 중태에 빠지거나 숨지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는 입장이다.
실제로 각국에서는 멀쩡하게 건강한 젊은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갑자기 숨졌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곤 한다.
존스홉킨스대 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인 제프리 칸 박사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누구를 일부러 감염시켰다가 불미스러운 사고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뭐라고 얘기할 것이냐"고 언급했다.
사안이 첨예한 갈등을 부르고 있어 후폭풍도 우려되는 만큼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존슨앤드존슨의 최고과학책임자인 폴 스토펄스 박사는 치료제가 생기면 HCT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최고의학책임자인 탤 재크스 박사는 "이용할 수 있다면 살펴보기는 하겠으나 사람들을 해롭게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소장인 애드리언 힐 박사는 백신 후보들을 비교할 좋은 수단이라며 올해 안에 코로나19 HCT를 한 차례 시행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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