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게이머가 '라스트오브어스2'를 켜자마자 오열한 이유는

입력 2020-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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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게이머가 '라스트오브어스2'를 켜자마자 오열한 이유는
"역사상 가장 장애인 접근성 높은 게임"…60가지 넘는 설정 제공
너티독, 장애 자문단 개발 과정에 참여시키며 경청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콘솔게임 팬들의 큰 기대 속에 출시됐으나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에 비난을 받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이하 라오어2)가 장애인 접근성에 관해서는 이견 없이 극찬을 받고 있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게이머로 북미에서 유명한 스티브 세일러는 라오어2를 처음 플레이한 지 몇 분 만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끝내 오열했다.
세일러가 오열하는 영상은 트위터에서 3만회 넘게 공감 표시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세일러는 리뷰에서 "라오어2는 역사상 가장 장애인 접근성이 높은 게임"이라면서 "비디오 산업에서 이번 세기에 남을 문화적인 하나의 현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북미 게임 업계에서 장애인 접근성 증대 활동을 펼치고 게임개발사에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는 관련 분야 전문가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라오어2는 시각·청각·행동·신체 장애인을 위해 60가지가 넘는 장애인 접근성 설정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이 라오어2를 플레이하면 땅에 떨어진 물건 하나까지 무엇인지 소리 내 읽어주는 꼼꼼한 음성 변환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게임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게임 속 텍스트를 소리 내 읽어주는 수준에 그쳤다면, 라오어2는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만 듣고도 거의 온전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라오어2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명암·색채 대조 기능도 제공한다.
저시력 게이머는 자신이 조작하는 주인공과 적, 배경의 색깔을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 게이머는 게임 속 인물 간의 대화뿐 아니라 전투 등 상황까지 자막으로 파악할 수 있다.
소리 대신 컨트롤러 진동을 통해 적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등의 주변 상황을 알 수 있다.
행동·신체 장애 게이머는 자신의 신체에 맞게 조작 버튼을 편집할 수 있다.
다른 게임처럼 조작 버튼을 단순히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공격할 때 연타하는 대신 꾹 누르기만 해도 연타하는 것처럼 적용되는 등의 다양한 설정을 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 게이머 코트니 크레이븐은 "기존 게임은 플레이가 겨우 가능해도 결국 녹초가 된다(worn out)는 것이 문제였다"면서 "라오어2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개발사 너티독은 라오어2 개발 과정에 장애 관련 자문단 7명을 참여시켰다.
세일러는 "너티독은 자문단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면서 라오어2를 개발했다. 장애인 접근성이 이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매우 큰 부분이었다"면서 "여전히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5년 또는 10년 뒤에 우리는 라오어2가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너티독의 게임플레이 디자이너 에밀리아 샤츠는 CNN 인터뷰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어딘가에서 막혔을 때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장애인의 편지를 받았던 것이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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