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개헌투표로 광범위한 지지 확인…반대자 압박 수단"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지만, 심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침체, 유가 폭락 등 '3대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러시아 전문가 등을 인용해 미국 NBC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개헌 국민투표가 7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됨에 따라 현재 네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푸틴 대통령은 2024년과 2030년 대선에 재출마해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국영방송 연설에서 "국민투표 결과는 국민의 대다수가 우리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지방자치단체부터 대통령까지 정부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확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투표율이 68%에 이른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집권의 길을 연 푸틴 대통령이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센터 소장은 NBC방송에 "푸틴 대통령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중 일부는 매우 근본적인 난제"라고 밝혔다.
우선 당면한 난제는 코로나19다. 러시아의 확진자 수는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가장 많은 65만5천명에 육박하며, 사망자도 9천500명을 넘어섰다.
더 큰 난제는 경제로 러시아는 거의 10년째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이로 인해 국민 대다수의 생활 수준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고 트레닌 소장은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되고,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유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타격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루블화의 가치가 떨어져 러시아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그리고리 유딘 모스크바 고등경제학교 사회학자는 에코 모스크비 라디오의 웹사이트에 실은 사설에서 "개헌투표와 투표율 공개의 진정한 목적은 푸틴 대통령에게 관료제와 엘리트들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정치권은 지난 2년간 국민들의 반발이 고조되자 푸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만감을 보였고, 이에 따라 체제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유딘은 "푸틴 대통령은 그들이 체제 운영능력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것으로 우려했다"면서 "개헌투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는 회의적인 중산층과 체제 내 잠재적 반대자를 압박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헌투표 결과는 그가 여전히 광범위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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