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어 죄송"에 태국 참전용사 "70년 지나도 기억해줘 뿌듯"

입력 2020-07-03 12:32  

"너무 늦어 죄송"에 태국 참전용사 "70년 지나도 기억해줘 뿌듯"
마스크 전달 과정서 새로 확인된 참전용사·유가족에 '평화의 사도' 메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좀 더 일찍 모셔야 했는데 이렇게 늦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70년 전의 일을 잊지 않고 이렇게 기억해줘서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2일 오후 방콕 시내 스위소텔 2층에서는 태국의 6·25 참전용사 및 유가족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무관부가 마련한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 정부가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전 세계 참전용사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새로 확인된 참전용사 및 그 유가족이 참여한 자리라 의미가 더 컸다.
무관부는 현재까지 새로 확인된 참전용사가 14명이고, 유가족을 통해 고인이 참전용사였음이 확인된 경우도 20여건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 세계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동영상 상영에 이어 박광래 국방무관(대령)이 참전용사 세 명 및 유가족에게 한국 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했다.
박 무관은 "이런 자리를 좀 더 일찍 마련했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모시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에서도 6·25 7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특별 기념패를 전달했다.
무엇보다 6·25 참전 당시 혈기왕성한 젊은이였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90세 안팎의 나이가 된 참전용사 세 명의 표정은 기쁨과 자부심으로 밝았다.



휠체어를 타고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 아롬 렉콴(90)씨는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후 한국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이 너무 많이 발전하고 변한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전 당시 열흘간 배를 타고 인천으로 갔다는 아롬씨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뿌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70년이 지난 뒤 한국 정부에서 연락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태국군 파병 4진으로 1년간 참전했다는 또 다른 참전용사 나롱차이 야닌턴(88)씨는 또렷한 한국어로 부산에서 의정부로 이동했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몇 년 전 기업 판촉 행사 일환으로 한국을 다녀왔다는 나롱차이씨는 "6·25 당시 집은 나무로 지어졌고, 지붕도 초가지붕이었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이번에 한국에 가보니 그런 집은 어디에도 없고 높은 건물만 많아 놀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뻤다는 그는 "혹시 함께 파병됐던 동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평화의 메달을 어루만지던 나롱차이씨는 "이런 메달을 받아본 적이 없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팡이를 짚긴 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수웡 찟빠티마(91)씨는 당시 간호병으로 참전했다고 소개했다.
간호병이 몇 명이나 파견됐느냐는 특파원의 질문에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이름을 되뇐 뒤 자신과 함께 간 이는 8명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현재 세 명이 살아있다고 전했는데, 이 중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입원해있지만, 손녀가 대신 대사관에 감사 편지를 보내 연합뉴스에 소개(6월 18일)된 분셉 럿삼루어이(94)씨도 포함돼 있었다.
수윙씨는 11월에 한국에 도착해서 4개월가량 부산에서 간호병으로 활동했다면서, 당시 눈도 내리고 너무 추웠다고 회고했다.
겨울 추위를 막기 위한 점퍼가 지급돼 입고 다녔지만, 한국을 떠나면서는 추위에 떠는 한국인들이 너무 안타까워 점퍼를 주고 왔다고도 전했다.
참전 이후 한국에 두 어 차례 가본 적이 있다는 수윙씨는 "갈 때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발전한 한국의 모습에 나 자신이 뿌듯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6·25 전쟁에 나란히 참전했던 형제 참전용사의 유가족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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