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득표율이 관심사…'형제의 난' 여론 호응 및 세대교체도 눈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총선이 3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965년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인 데다, 리셴룽 현 총리의 뒤를 이을 세대교체를 위한 선거라는 점에서 결과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 단일·집단 선거구 혼재…89→93석 직선 의석수 증가
총선을 앞두고 싱가포르 선거구획정위원회(EBRC)는 주택 개발에 따른 유권자 수 변동 등을 고려해 선거구 일부를 조정했다.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하는 의원 수는 기존 89명에서 93명으로 늘었다.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임기가 5년인 싱가포르 의회 의원은 선출방식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은 지역구 의원(93명)으로 한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단일선거구(SMC)와 한 선거구에서 4~6명을 선출하는 집단선거구(GRC)를 통해 선출된다.
집단선거구는 정당별 투표를 하며 최다 득표 정당이 해당 의석 전체를 독식하는 제도다.
인재 풀이 빈약하고 지지 기반이 약한 군소정당에는 불리하다는 평가다.
두 번째 그룹은 최대 9명까지 선출하는 무 선거구 의원이다.
야당 당선자가 9명 이하일 경우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야당 후보자를 의원으로 선출하는 일종의 석패율 제도다.
세 번째 그룹은 정부가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9명까지 의원으로 임명하는 지명직 의원이다.
지명직·무선거구 의원은 내각 불신임·대통령 탄핵·예산 등 중요 법안 투표권은 없다.
◇ 여당 승리 '이변은 없을 듯'…관심은 60% 기준 득표율?
싱가포르는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영국식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1965년 독립 이후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총선에서 모두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국부로 추앙받은 리콴유 전 총리가 영국 식민지 치하 자치 정부 시절에 설립한 PAP가 독립 이후 싱가포르 경제성장을 이끌어오면서 주택이나 취업 문제 등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소정당에 불리한 집단선거구 등과 같이 여당에 유리한 선거법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사관에 따르면 2011년 5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당시 전체 87석 중 81석을 획득하고, 야당에 6석을 내준 것이 최대 패배로 기록됐을 정도다.
당시 야권은 역대 최고 득표율(40%), 최초 집단선거구 승리, 역대 최다 지역구 의원 배출(6명) 등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15년 총선에서 PAP는 89석 중 83석을 획득하고 지지율 69.86%로 압승했다.
2011년 총선 당시 득표율 60%보다 10% 포인트가량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당 승리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야권이 2015년 총선 이후 두 번째로 모든 의석에 후보를 내며 도전에 나섰지만, '집권 프리미엄'에다 인적 자원이 우세한 여당을 꺾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유권자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도 야당에 유리하지 않다.
이 때문에 관심은 오히려 PAP의 득표율에 쏠린다.
역대 야당이 가장 선전했을 당시인 2011년 총선 당시 PAP 득표율 60%를 밑돌 경우, 유권자들이 여당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여당에 유리? 불리?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주요 이슈로 일자리와 경제를 꼽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싱가포르는 -7~-4%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립 이후 최악이다.
이는 일자리 걱정으로 이어지는 만큼, 여야 모두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쉽사리 점치기 힘들다.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해도 전 세계로부터 모범 방역 국가로 칭송받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4월 1일 1천명에서 2일 현재 4만4천명 이상으로 급증하는 과정에서 두 달 가까이 봉쇄 정책이 시행되면서 경제에 끼친 충격파가 더 커졌다고 야당은 공격한다.
다만 IT 버블이 붕괴하며 경기 침체가 촉발됐을 때 치러진 2001년 총선 당시 유권자들이 안정을 원하면서 1997년 총선 당시보다 10% 포인트 이상 뛴 75.3%라는 압도적 지지를 몰아준 점에서 이번 사태가 여당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 금융 위기 초기 단계에서 치러진 1997년 총선에서 PAP가 1991년 총선보다 4% 포인트가량 높은 65%를 기록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유진 탄 싱가포르경영대(SMU) 법대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왔는가가 선거 기간 굉장히 강도 높은 검증을 받을 것"이라면서 "여당이 여전히 유리할 가능성이 있지만, 유권자들이 다른 시각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형제의 난' 표심 영향은…4G 세대교체 시험대
이번 선거에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이는 리셴룽 총리의 동생인 리셴양이다.
2017년 선친 리콴유 전 총리의 유훈을 둘러싼 갈등인 '형제의 난' 이후 리 총리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리셴양은 선거 직전 야당인 전진싱가포르당(PSP)에 공식 입당했고, 사무총장 직책을 맡았다.
후보로는 뛰지 않지만, 후보들을 측면 지원한다.
이미 형인 리 총리가 이끄는 PAP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여당이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공격하고, 현 정부에서는 소수 엘리트만 혜택을 받고 있고 다수 시민은 좌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압도적 의회 다수를 끝내기 위해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총선 이후 리 총리가 물러나면 차기로 유력하게 점쳐진 헹 스위 킷 부총리 및 리 총리가 내각에서 차근차근 육성해 온 이른바 4G(세대) 정치인들의 선전 여부도 눈길을 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헹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4G 세대로의 세대교체에 어느 정도의 힘이 실릴지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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