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멕시코 정상회담차 출국…일반 탑승객 틈에 앉아 미국행
"전용기는 정부 과잉지출" "신자유주의 엘리트의 덫"이라며 거부
코로나19 감염·테러 위험 노출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으로의 첫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전용기가 아닌 일반 여객기를 이용해 눈길을 끈다.
그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탑승 게이트를 통과한 후, 그들과 같은 좌석에 앉고 함께 출입국 심사도 받을 예정이다.
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오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상업용 여객기를 타고 워싱턴 DC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CNN은 "인구 규모 전 세계 10위 나라의 대통령이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항공편이 연착하지 않길 바라면서, 휴대용 짐을 기내 짐칸에 끼워 넣고, 기내 온도가 일정하길 바라고, 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이 더 있길 꿈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여행 중 다른 지역도 경유해야 한다. 멕시코시티와 워싱턴DC 간 직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이처럼 일반 시민들과 부대끼며 여객기에 탑승하는 일은 멕시코 국민에겐 익숙한 광경이다. 국내에선 이미 수차례 일반 여객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가 대통령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진보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를 "신자유주의 엘리트들의 덫"이자 정부 과잉지출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은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여객기에서 일반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그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그가 여객기로 출국하는 건 2018년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여행이 그의 국내 여행과 어떤 점에서 다를지 명확하진 않지만 몇 가지 위험 요소가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우선 이동 날짜가 공개된 만큼 그를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그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별도의 예고 없이 공항을 찾았으며, 항공편 등 구체적 이동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출국 날짜는 오는 8일이라고 이미 밝힌 상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비행 자체가 줄어든 터라 그가 이용할 항공편을 찾아내는 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CNN은 추정했다.
그가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무장 경비요원을 곁에 두지 않고 주민들과 자주 직접 접촉하는 점 역시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그가 공격받으면 함께 여객기를 탄 사람들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같은 여객기를 타게 된 한 남성이 자신과 가족이 안전하지 않다며 탑승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그가 기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도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