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정상회담 위해 취임후 첫 외국 방문…출국전 코로나19 음성 진단받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취임 후 첫 외국 방문길에 오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익숙한 모습과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여객기 이코노미석에 일반 승객과 섞여 앉은 모습은 국내선에서 여러차례 보여준 익숙한 풍경이라면, 공식석상에서 좀처럼 쓰지 않던 마스크를 기내에서 착용한 것은 다소 생소한 풍경이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시티 공항에서 2박 3일간의 미국 방문을 위해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첫 외국 방문이다.
전임자가 산 호화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국내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민간 여객기를 탔다.
멕시코시티와 워싱턴을 오가는 직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운항하지 않아 애틀랜타를 경유하는 일정이다.
현지 밀레니오TV 등이 공개한 기내 영상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비상구쪽 창가 자리에 앉아 옆에 앉은 남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에 앉은 승객들은 대통령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기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였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공식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도 일일 기자회견을 비롯한 모든 공식 일정을 마스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멕시코 언론들은 "대통령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채 나타났다"며 주목했다.
그는 이번 미국 방문을 앞두고 "증상이 있을 때만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는 자신의 원칙 아닌 원칙도 깼다.
이날 오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며 진단서를 가지고 미국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미국)에서 보건 규정에 따라 다시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 그 나라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장관, 주지사 등과 접촉한 이후에도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한차례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는 이날 "발열, 마른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료진의 지침에 따라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여행을 앞두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8일 오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만나 새 북미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에 대해 논의하고 9일 귀국한다.
멕시코에 적대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미 대선을 앞두고 만나는 것을 두고 멕시코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이날 멕시코 대통령은 출국 직전 기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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