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가도 난항 트럼프…3차 북미정상회담 '깜짝쇼' 할까

입력 2020-07-08 17:27  

재선가도 난항 트럼프…3차 북미정상회담 '깜짝쇼' 할까
언론인터뷰서 김정은에 '손짓'…비건 방한기간 겹쳐 주목
지지율 추락 속 반등카드 모색…'악재 방지' 의례 표현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거론해 그 진의와 함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차 정상회담이 실제 추진되면 악화일로의 한반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세에 몰린 대선 국면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단지 득표율 재고를 위한 레토릭일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 인터뷰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고 우리도 분명 그러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도움이 된다면 회담할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 하반기 열릴 듯 말 듯했던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3차 회담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이 발언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에 나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이날 한미 협의 직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결과 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매우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노력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한 한미 당국 간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3차 북미정상회담 발언과 맞물려 의미를 더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협력 복원은 물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촉진자 역을 다시금 자임하고 나선 상황까지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쇼' 가능성은 없지 않다.
비록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미 대화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상황이지만, 양 측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도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언급한 데에서 이를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재선에 사활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악재에 허덕이면서 추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키고자 북한에 '손짓'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미국이 최대 피해국이란 오명을 덮어쓴 데다 흑인 사망사건으로 인한 인종차별 논란, 미국과 중국 갈등 증폭 등 악재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41%)이 경쟁자 조 바이든(53%) 전 부통령에게 12%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는 몬머스대의 최신 여론조사를 지난 5일 보도했다. CNN은 1940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출마한 역대 미국 대선에서 본선 4개월을 앞두고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거나 대선 경합주(州)가 대거 포함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지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도 지속해서 하락 중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65세 이상 층도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지난달 26∼28일 애리조나·플로리다·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 등 6개 경합주에서 실시된 CNBC·체인지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입원 증가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1위(35%)로 꼽혔다. 또 과반인 55%가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빨리 경제 재개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적인 답을 내놨다.
지난 5∼6월 두 달 연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선거자금 모금 실적에서 뒤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3차 정상회담 발언이 실제로 북한과 주고받기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의례적 표현일 수도 있다. 악재가 쌓이는 와중에 북한의 도발 등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아보자는 차원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전에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최고위 외교 정책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CNN이 지난 2월 보도하기도 했다.
대선 국면에서 북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상황관리에 주력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당시 대두됐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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