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붙잡혀 모스크바로 압송"…9월 지방선거 앞둔 '야권 손보기' 해석도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州)의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50)가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수사당국에 전격 체포됐다고 타스 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아침 출근 중이던 푸르갈 주지사를 그의 자택 인근에서 체포했다.
수사위원회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복면을 한 FSB 요원 여러 명이 자신의 승용차에 타고 있던 푸르갈을 끌어내려 수갑을 채운 뒤 수사기관 차량에 옮겨 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푸르갈은 곧바로 공항으로 실려 가 항공편으로 수천km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는 그가 2004년부터 2년간 극동 하바롭스크주와 아무르주에서 자행된 범죄조직의 기업인 살해와 살해 미수 사건 등에 개입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연방수사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했다.
수사위원회는 푸르갈이 최소 2건의 살인사건과 1건의 살인 미수 사건을 주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들 사건과 관련, 이미 범죄조직 조직원 4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푸르갈 주지사를 모스크바의 연방수사위원회로 압송해 조사할 계획이다.
기업인 출신의 푸르갈은 2018년 9월 지방 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하바롭스크 주지사에 선출됐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70%의 득표율로 당시 주지사직에 있던 여당(통합러시아당) 후보를 누르면서 당선됐다.
그는 그해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 몇 안 되는 주지사 가운데 1명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앞서 푸르갈은 2007년부터 11년 동안 역시 자유민주당 소속의 연방하원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푸르갈 수사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장기 집권 토대를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성사시킨 크렘린궁의 야권 '손보기'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중된 경제난, 푸틴 대통령의 5기 집권 시도를 위한 개헌 등으로 높아진 야권의 불만과 비판을 잠재우고 선거 승리를 위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푸르갈이 지난 10년 동안 형사 사건으로 체포된 13번째 주지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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