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부동산대책 앞둔 시장에 긴장감…이번엔 통할까

입력 2020-07-09 17:23   수정 2020-07-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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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부동산대책 앞둔 시장에 긴장감…이번엔 통할까
종부세 대폭 인상·주택공급 확대 방안 나올 듯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홍국기 기자 =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의 추가 대책이 임박해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거듭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의 집값은 내리기는커녕 다시 오르고 있고, 풍선효과로 인해 시장 불안은 수도권 전역을 넘어 지방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규제지역과 대상을 너무 넓힌 탓인지 서울은 꿈도 못 꾸고 수도권 외곽에서 이제 겨우 집 한 채 장만하려 했던 서민들만 힘들게 됐다는 원성도 들린다.
이에 정부는 10일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하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로선 시장에 강한 충격파를 줘 시장에 붙은 불을 꺼줘야 하지만, 이미 내성을 키운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전평이 많다.

◇ 당·정·청의 특단 대책…역대급 파급력 줄까
9일 정부 부처들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은 부동산 세제 강화방안 등을 골자로 한 추가 부동산 대책을 10일 발표할 계획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종부세 최고 세율을 6%까지 인상하고 과표 구간을 조정하거나 각종 공제 제도를 손질해 다주택자가 내는 종부세 부담을 대폭 키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을 단기(1∼2년)에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이날 국토부의 청년층 청약 제도 개선 및 주택 공급확대 방안 등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30대 생애최초 내집마련 청약자와 신혼부부에 대한 특별공급 비율을 높여 청약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기존 9천가구에서 2배 이상 대폭 늘리고 공급가격도 서울 일반 아파트보다 30% 싸게 책정해 청년층의 주택구입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기존 공공택지나 도심 역세권 등지의 용적률을 높이거나 주거비율을 상향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발 밀도를 높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추가 택지 확보 문제는 일단 큰 방향성을 언급하고 구체적인 입지 등 상세 내용은 추후 공개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 도입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선언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를 법 시행 전 체결된 계약에도 적용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과 5% 임대료 증액 제한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제도 시행 초기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한 복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급입법' 시비도 제기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행 방안에 대해선 여러 방안을 논의중이지만 정부 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 어쩌다 이렇게 됐나
정부가 6·17 대책을 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추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도 있지만 부동산에 대한 민심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6·17 대책에서 투기수요를 잡으려다 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무주택 서민까지 힘들게 만든 것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규제지역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전세대출도 제한돼 전세살이하는 서민의 내집마련이 힘들어졌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원 목적에 어긋나게 주택 구입에 쓰는 것은 '갭투자'라며 규제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한 개인이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재화가 집이고, 서민이 집을 살 때 은행 잔고를 긁어모으고 대출도 한도껏 받아야 겨우 대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도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서민층을 실망케 했다.
규제지역으로 편입되는 지역이 대폭 늘어나면서 잔금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시세의 70%에서 40~50%로 줄어든 것도 서민층의 반발을 샀다.
서민들은 '우리가 투기꾼이냐'며 반발했고, 그 화살은 청와대와 정부, 국회로 날아갔다.
특히 청와대의 다주택자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집 처분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이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부동산 대책을 낸 정부가 그동안 집값은 잡았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근거로 문재인 정권에서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한 채당 3억1천400만원(52%)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제시하면 현 정권(2017년 5월~올해 5월)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14.2%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부동산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하면 정부가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0.06%에서 0.11%로 올랐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0.18%)는 이번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삼성·대치·청담동이 있는 강남구도 0.12% 올라 규제 이후 오히려 아파트값이 뛰었다.


◇ 전문가 "종부세 인상 집값 안정 기여 기대…퇴로는 열어줘야"
전문가들은 임박한 추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역대급 충격파를 주는 강력한 대책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시장에 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좀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다주택자가 집을 팔게 하려면 양도세를 줄여줘 퇴로를 확보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005940] 부동산연구위원은 "종부세율 인상은 주택 보유자의 추가 주택구매 의지를 꺾고 기존 주택을 처분하도록 유도해 잘 작용하면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단기 효과를 위해 보유세만 올리는 게 전체적인 조세 원칙 측면에서 맞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며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파는 게 쉽지 않은데,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부동산 보유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거래세는 퇴로를 열어주는 차원에서 낮춰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공급방안과 관련해선 "정부가 4기 신도시를 만들기보다는 3기 신도시 내 자족용지 일부를 주거용지로 전환해서 공급을 뽑아내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며 "이러면 토지보상금이 더 나갈 우려도 없다"고 제시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현 정책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기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시장중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임대차 3법도 시행되면 결국 가진 사람들은 별 피해가 없고 수요자들이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부가 종부세를 높인다고 하지만 부동산 보유액이 개인보다 훨씬 큰 법인에 대한 종부세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며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이 엉뚱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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