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환영…성폭행 신고 활성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성범죄가 만연한 남성 중심의 이집트에서 여성들이 힘을 합쳐 성폭행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개정의 쾌거를 이뤄냈다.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 공개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신상을 보호하는 법안이 지난 7일 내각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피해자의 신원을 별도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법원이나 피고인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발단은 지난주 소셜미디어에서 불거진 한 남성의 '연쇄 성폭행' 사건이었다.
'성범죄 경찰'이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아흐메드 바삼 자키라는 남성의 성폭행과 성추행, 협박 사실을 고발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후 경찰에 체포된 자키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미성년자를 포함해 최소 3명의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6명의 여성과 접촉, 이들이 보낸 사진을 이용해 자신과 계속해서 연락을 이어가도록 협박했다면서도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키의 '연쇄 성폭행'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후폭풍이 커지자 이집트 수니파 무슬림 기구인 알아자르는 침묵이 사회에 위협이 되고, 더 많은 위법으로 이어진다면서 여성들의 피해 신고를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알 아자르는 "여성의 옷차림은 그들의 사생활과 자유, 존엄성을 공격하기 위한 핑계가 될 수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피해 여성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다수는 소셜미디어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해시태그를 통해 연대를 드러냈다.
인권 운동가들은 여성들에 대한 대중의 이례적인 지지 움직임이 이집트 사회의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여성기구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99%는 언어적 또는 물리적 성희롱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에서는 2014년부터 성추행이 범죄로 취급되기 시작했으나, 가해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요원한 상태다. 오히려 피해 여성들이 성적 규범을 어겼다며 처벌받는 경우가 잦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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