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유세 없이 QR코드 등 온라인 선거…호텔 방·시차 투표 등 접촉 최소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0일 실시된 싱가포르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규모 선거다.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만5천명이 넘는 데다 봉쇄조치 해제로 최근 지역감염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와중에 진행됐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당국은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촉 최소화'에 주안점을 뒀다.
이른바 '언택트'(비대면·비접촉) 총선이다.
우선 기존에 총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대규모 거리 유세가 없어졌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온라인이나 TV를 통한 선거운동이 대폭 확대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일부 후보자들은 QR코드가 찍힌 옷을 입고 선거운동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유권자들이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스캔하면 후보자의 소셜미디어로 이동해 그의 공약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투표 당일에도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철저한 예방 조치가 취해진다.
일단 투표소가 기존 880곳에서 1천100곳으로 늘었다.
투표소 한 곳당 유권자 수가 평균 3천명에서 2천400명으로 줄어들었다.
선거국은 투표소 현황을 실시간 중계해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혼잡 여부를 파악한 뒤 투표해 줄 것도 당부했다.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노년층 유권자들은 사람이 덜 몰리는 아침 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는 것이 권고됐다.
반대로 자택에서 격리 중인 유권자들은 혹시나 있을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표 시간이 마지막 1시간인 오후 7시부터 8시까지로 제한된다.
체온이 37.5℃를 넘어 애초 투표소 입장이 거절된 유권자도 열이 내려가면 이 시간에만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 안에서도 '언택트'는 계속된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여기에 신분증을 선거 관계자에게 건네는 대신, 전자기기에 스캔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투표용지를 받기 전 일회용 장갑이 제공되고, 용지에 기표할 때에는 자신이 가져온 필기구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개표 시 직원들이 투표용지에 직접 손을 대지 않도록 수작업 대신 개표기를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개표 결과는 이전 총선에 비해 한 시간가량 빨리 나올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한편 외국에서 돌아와 호텔에서 격리 중인 유권자들의 경우, 선거국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들고 호텔 방으로 찾아간다.
유권자는 방문이 열리면 1m가량 떨어져서 마스크를 내린 뒤 신분증이나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신원이 확인되면 선관위 관계자들이 유권자에게 선거구와 유권자 일련번호 등을 불러준 뒤 투표용지를 건네준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면 투표가 종료된다. '찾아가는 투표소'는 호텔 두 곳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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