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정한 역사적 팬데믹…트럼프에게는 2달간 브리핑 안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의 99%가 무해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명백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에서 약 4천만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했다며 "그만큼 검사를 한 결과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지만 99%는 완전히 무해하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 질문에 빙그레 웃은 뒤 "내가 추측하기로는 누군가 일반적 치명률이 약 1%라고 대통령에게 말했고, 대통령은 해석하기를, 그렇다면 99%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 같다"며 "이는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환자의 99%는 무해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거나 두둔하려 해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위험은 극도로 낮고, 그 점에서 대통령은 옳다. 또 팩트(사실)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활발히 의사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달 2일 백악관에서였고, 최소 2달간 개인적으로 그에게 브리핑한 적 없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이날 화상회의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2020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를 두고 "진정한 역사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어떻게 번져나갔는지를 담은 열지도(heat map)를 보여준 뒤 "우리가 본 것은 다소 무섭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실인 진정한 전 세계적 팬데믹의 출현"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그것은 그저 계속해서 번져 나갔고 악화하고 악화하고 악화하고 악화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코로나19와 그 임상 징후에 대해 매일 또는 일주일 단위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의 약 40∼45%가 무증상이라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면서 전염과 통제에 대한 사고 방식을 바꿔놓았다고 언급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에어로졸(공기 중에 혼합된 미세한 입자)을 통한 코로나19의 감염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을 통해 전염되는 것 외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한 감염도 어느 정도 발생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7일 폐쇄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는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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