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석에서 '팬데믹 희생양 코스프레'하며 타격에 불평"

입력 2020-07-11 04:32  

"트럼프, 사석에서 '팬데믹 희생양 코스프레'하며 타격에 불평"
WP "재선 주장 불구, 의기소침…2016 대선후보때의 열정·에너지 잃어"
"최근 다시 낙관모드…참모들에 '코로나19 10월 사라지고 연임 성공'"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자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피해자로 규정, '희생양 코스프레'를 하며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은 데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자신이 직접 건설한 '훌륭한 경제'를 파괴하고 있는데 대해 큰 소리로 불만을 제기하는가 하면 자신을 좀처럼 평가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가짜 뉴스'들에 대해 개탄하고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역겹고 뒤틀린' 미니애폴리스 경찰관들에 대해 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익명을 전제로 뒷얘기를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과 가까운 지인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대화 도중 자신을 국가적 혼란상의 한 가운데에 내몰린 주인공으로 설정, 혼잣말을 한다고 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의 일상을 뒤집어놓고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치명적인 팬데믹과 멈춰선 경제, 깊게 뿌리박은 인종 문제의 '죄없는 희생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의 한 전직 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왜 모든 일이 나에게 일어나느냐'는 식으로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듯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직면한 위기상황에 대해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긍정적인 접근법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불평 가득한 언행으로 인해 자칫 정치적으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행사를 기획거나 열광하는 지지자들로 가득 찬 소셜미디어 비디오 영상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통령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이와 함께 참모들은 공식 조사보다 더 잘 나온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북돋우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그가 11월 대선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면서도 기울어가는 자신의 운에 대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시무룩한 상태라고 한다.
한 외곽 참모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만 열면 "경제가 진짜 좋았는데 사람들 때문에 문을 닫게 됐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한달 전 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또 다른 참모는 그가 특히 코로나19 문제와 관련, 특정 기자들의 이름과 기사들을 나열해가며 기자들에 대한 반감을 장황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의도적으로 유권자 샘플을 잘못 추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한편으로 흑인사망 시위사태와 관련,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에 대해 시위자들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또 다른 외곽 참모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슬픔을 가누지 못한채 의기소침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내가 일으켜 세운 경제가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졌고, 미니애폴리스의 멍청한 경찰이 누군가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바람에 모든 이들이 시위하고 있다'는 불만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일부 오랜 참모들의 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쳐있으며 지난 2016년 대선 후보였을 때의 열정과 에너지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연설 때마다 한껏 고조돼 '후렴 문구'들을 추가해왔지만, 독립기념일 전날인 지난 3일 러시모어산에서 연설했을 때에는 애드리브 없이 대부분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당국자들과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다시 낙관적인 사고방식으로 돌아와 고무돼 있다고 WP에 전했다. 다시 승리의 길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남부연합 장군들이나 그 외 역사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들의 이름을 딴 조각상들을 허물거나 개명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집중하면서 기분이 나아진 상태라고 한다. 참모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징에 대한 싸움이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플러스가 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코로나19가 10월까지 사라질 것이고 그때까지는 치료 약이 나올 것이며 경제는 하룻밤 사이 반등하고 자신은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참모들에게 지속해서 이야기해왔다고 WP는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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