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사·카자흐장관 통화에서 '원인불명 폐렴' 언급 없어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카자흐스탄이 자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확산 중이라는 중국 측 주장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선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카자흐스탄의 질병 진단능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11일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도 해당 폐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판단을 위해서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카자흐스탄 주재 중국대사관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현지에서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은 원인불명의 폐렴이 확산 중이라면서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카자흐스탄 보건당국은 중국대사관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검사받지 않은 코로나19 환자일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홍콩대 진둥옌 교수는 "코로나19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환경이 좋지 않아 지역 당국이 제때 확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귀국한 중국인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있지만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는 없었다"면서 "현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은 진단 장비를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망률이 높은 것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으로 의료지원을 갔던 중국 의사 쉬민은 "의료환경이 매우 다양하다. 많은 지역에 적절한 장비가 없다"면서 외진 지역의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등이 없어 폐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 내 격리가 안 되고 일부 환자는 마스크도 쓰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대 제1병원 호흡기질환 전문가인 왕광파는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로는 코로나19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지역 보건당국이 환자 상황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지역 당국이 코로나19 진단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잔추 우한대 교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다양해 기존 진단키트 등으로 파악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일부 전문가는 새로운 질병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중국 유학생을 인용해 현지에서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예방수칙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카자흐스탄 주재 장샤오 중국대사와 카자흐스탄 알렉세이 초이 보건부 장관은 10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중국 측 발표문에 '원인불명 폐렴' 관련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양국 관계를 평가한 뒤 카자흐스탄은 코로나19 확산 후 중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고, 중국 측은 질병과 싸우는 카자흐스탄을 굳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계속 카자흐스탄과 함께 질병과의 싸움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카자흐스탄 내 폐렴과 이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부대 내 생물학 실험실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둥옌 교수는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일축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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