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개 인공차단벽 첫 시험가동 성공…내년 말 준공 예정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 중인 홍수 예방시스템이 첫 시험 가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0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베네치호 석호 입구에 설치된 홍수 예방시스템(MOSE)의 1차 시험 가동을 잘 마쳤다.
이 시스템은 해상의 78개 인공 차단벽으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있다가 조수 상승 경보가 나오면 수면 위로 들어 올려져 조수를 막는 방식이다.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1차 시험 가동은 78개 차단벽이 동시에 정상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했다.
베네치아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qua alta) 현상으로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본다.
작년 가을에도 조수가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187㎝까지 치솟아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 베네치아의 80%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겪었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수년간 조수 피해가 집중되면서 베네치아의 수몰 우려가 고조돼왔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1984년이다.
당국은 1966년 194㎝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조수가 밀려와 도시 전역이 물바다가 되는 막대한 피해를 보자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아 '모세(MOS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MOSE는 '실험적 전자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다.
홍해를 갈라 이집트에서 히브리 민족을 구출한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의 이름과 같다.
오랜 설계 끝에 2003년 착공했지만, 이탈리아의 다른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부정부패, 환경론자 반대 등으로 공사가 수차례 중단되며 차질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애초 2018년이던 완공 목표를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비용도 16억 유로(약 2조2천억원·현재환율)에서 60억 유로(약 8조1천억원)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작년 가을 침수 피해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시스템이 제때 완공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프로젝트 진행 경과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모세'는 향후 수차례 추가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 말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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