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관저 근처에서 퇴진 시위…이스라엘인 61%가 코로나19 정책에 불만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우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부패 논란으로 웃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여론이 악화한데다 그의 부패 혐의를 둘러싼 퇴진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아침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밖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해온 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고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예루살렘시 관계자들과 경찰관들은 이날 현장에서 시위대가 설치한 현수막을 찢고 농성 의자와 텐트를 철거했다.
시위대는 이 과정에서 경찰과 예루살렘시 공무원들의 폭력으로 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예루살렘시는 이날 조처에 대해 시위대가 허가 없이 장비를 설치하고 공공질서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위 지도자이자 전 공군 장성인 아미르 하스켈은 이날 이스라엘군 라디오방송에 "우리는 이곳(농성장)을 떠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시위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 모셰 야알론은 트위터에서 경찰의 농성장 철거 작업에 대해 "네타냐후가 시위를 억압하고 독재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 달 전부터 시위대의 농성 텐트가 총리 관저 밖에 설치됐으며 시위에 많을 때는 수천 명이 참가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아미르 하스켈이 당국에 체포됐다가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5월 24일 첫 재판을 받았다.
5선의 네타냐후 총리는 5월 17일 중도 정당 '청백당' 대표인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과 새 연립정부를 출범시켰지만, 부패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도 네타냐후 총리를 괴롭히는 난제다.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코로나19와 관련한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수개월 동안 일자리를 잃고 정부로부터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 이스라엘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처로 실업률이 20% 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의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6일 791명에서 7일 1천473명으로 급증한 뒤 연일 1천명을 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6일 코로나19 재확산에 맞서 술집, 나이트클럽, 헬스장 등을 폐쇄한다고 발표하고 10일에는 예루살렘 일부 등 5개 도시를 봉쇄하는 등 규제 정책을 다시 강화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봉쇄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아 정부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3이 12일 밤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1%는 네타냐후 총리의 코로나19 정책이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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