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런트 카탈루냐 지방의회 의장 기자회견 열고 스페인 정부 비판
정부는 의혹 전면 부인…카탈루냐 분리독립 둘러싼 갈등 지속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정치인의 휴대전화가 해킹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정치인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배후에 있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공동으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회 의장인 로저 토런트의 휴대전화가 해킹됐다고 보도했다.
토런트 의장의 휴대전화는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업체 NSO 그룹이 만든 스마트폰 악성 소프트웨어(멀웨어)인 '페가수스'를 이용한 해킹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가수스는 2019년 4∼5월 2주 동안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의 결함을 이용해 1천400명 이상의 사용자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데 이용됐다.
이후 왓츠앱은 NSO 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00명 이상의 인권 운동가, 외교관, 정부 고위 관료 등의 휴대전화가 해킹됐다고 밝혔다.
해킹대상이 된 휴대전화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사진 등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 원격으로 녹음 및 촬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런트 의장의 경우 왓츠앱과 함께 협력하고 있는 토론토대학 내 리서치 센터인 시티즌 랩으로부터 자신의 휴대전화 해킹 사실을 통보받았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강성 지지자인 토런트 의장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중앙정부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NSO 그룹은 그동안 페가수스 스페이웨어는 범죄 및 테러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나 보안업체에만 판매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토런트 의장은 "이번 스파이웨어 공격은 스페인 영토에서 정치적 스파이 행위가 정치적 맞수에 사용됐다는 것을 확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행은 스페인 정부 내에 (카탈루냐) 독립운동에 반대하는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만약 스페인 정부가 배후에 있다면 이는 범죄에 연루된 것이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정치적 과실에 대한 우려스러운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는 그러나 토런트 의장의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변인은 "정부는 토런트 의장과 다른 정치인이 휴대전화 해킹 공격에 직면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면서 "스페인에서는 오로지 (법원 명령에 의해서) 합법적으로만 휴대전화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그동안 중앙정부에 분리 독립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1일 스페인 정부의 불허에도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독립공화국을 선포했다가 스페인 정부에 의해 자치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스페인 정부의 주도로 치러진 카탈루냐 조기 선거에서도 민족주의 진영이 또다시 승리했다. 새로 구성된 자치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와 또다시 분리독립 추진을 놓고 반목하고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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