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먹기·찬물 쏟기 등 실적 부진 직원에 가혹 행위 잇따라
실적 우선·권위주의 기업 문화 영향…누리꾼들 "인간 대접이 먼저"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불량 식품 먹기, 팔굽혀펴기, 화장실 청소, 산 지렁이 먹기, 장거리 달리기, 겨잣가루 먹기, 머리에 찬물 쏟기….
이건 이색 극한 도전을 하는 대회의 종목이 아니다.
실제 중국에서 벌어진 일부 악덕 기업의 실적 나쁜 직원들에 대한 처벌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용주가 직원에 대해 폭언을 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종종 발생하지만 중국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괴롭힘의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중국 청두(成都)의 한 회사에서는 직원 7명이 업무 실적 미달에 따른 처벌로 식용 불가라고 표시된 아주 매운 라탸오(辣條)를 먹었다가 2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이 라탸오는 '사신'(死神)이라는 이름을 붙을 정도로 아주 강력하고 매운맛을 내는 식품으로, 주로 다른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거나 놀릴 때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업무 실적 미달 시 처벌을 받는 전통이 있었는데 실적이 나쁜 직원들은 사무실을 10~20바퀴씩 돌아야 했다.
이번에는 회사에서 1.5ℓ 생수를 한 번에 다 마시거나 매운 라탸오를 먹는 것 중 선택하게 했는데 직원들이 물을 마실 자신이 없어 라탸오를 선택했다가 극심한 위 통증을 겪게 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구이저우(貴州)성 비제(畢節)시의 한 인테리어 기업이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종업원들에게 살아있는 지렁이를 먹게 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회사의 '3단계 처벌 명세표'를 보면 '15분 동안 화장실 청소하기' 등 가벼운 처벌도 있지만, 이와 같은 '지렁이 삼키기'와 '미꾸라지 삼키기' 등 비인간적 처벌이 버젓이 명시됐다.
구이저우의 다른 회사에서는 실적 부진 여직원에게 반성 구호를 외치게 하면서 머리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양동이째 들이붓는 가혹 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직원의 실적 달성을 독려하면서 비인간적 체벌을 가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 지역의 한 기업이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을 길거리에서 기어 다니게 했다.
2018년에는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의 한 기업이 근무 태도 불량 등의 이유로 종업원들의 뺨을 때리는 체벌을 가했다.
왜 이런 일이 중국에서 계속되는 것일까.
이는 실적만을 중시하는 중국 기업 문화와 고용주의 권위주의적인 태도 그리고 종업원들의 복종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사실상 직원들을 대변할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활동이나 파업이 쉽지 않아 기업의 갑질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중국 누리꾼들은 직원들에게 매운 라티아오를 먹인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쓰레기 같은 기업은 당장 문을 닫게 해야 한다", "기업의 실적이 먼저인가 인간으로서 대접이 먼저인가"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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