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한 충돌로 대기 완전 상실 모면…3D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는 약 45억년 전 화성 크기의 행성과 충돌해 달을 만들 때 정면이 아닌 비스듬히 충돌한 덕분에 대기를 완전히 상실하지 않고 약 10~50%만 잃었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더럼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제이컵 케게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3차원(3D)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행성이 다른 천체와 충돌해 대기를 상실하는 정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과학기술시설위원회(STFC) 고등전산 분산 연구(DiRAC)의 고성능 전산시설 일부인 코스마(COSMA)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태양계 초기 지구와 같은 행성이 다른 천체와 부딪혔을 때 어떤 진화 과정을 거치는지를 충돌 각도와 속도를 달리하며 100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달을 형성한 것과 비슷한 형태로 여겨지는 비스듬한 충돌 때는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보다 대기 손실이 훨씬 적은 것을 확인했다.
반면 고속 정면 충돌 때는 맨틀과 함께 대기가 완전히 사라질 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태양계는 물론 다른 행성계의 행성 진화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충돌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달은 약 45억년 전 '테이아'라는 화성 크기 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때 지구의 대기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다른 충돌 조건에서는 결과가 어땠을지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충돌 시나리오에 따라 약 10~50%의 대기 손실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케게리스 박사는 "행성 충돌이 대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충돌의 다양한 변수를 세세하게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충돌 각도와 속도에 따라 놀라울 만큼 다양한 결과가 도출되지만 대기 손실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간단한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대형 충돌에 따른 행성의 대기 손실을 예측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전체적인 행성 형성 모델에 통합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으로서 지구 역사와 다른 별 주변의 외계행성 진화에 관한 이해를 돕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테이아와는 다른 질량과 구성을 가진 천체가 충돌했을 때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수백여건의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더럼대학 전산 우주연구소(ICC)의 빈센트 에크 박사는 "현재로서는 행성이 다른 천체와의 충돌로 상실하는 대기의 양은 충돌의 형태와 관련해 얼마나 운이 좋은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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