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3번째 노조' 엑스엘리부트 "재량근무제 폐지, 고용 안정"
해마다 직원 수 널뛰어…"지금 안 바꾸면 10년 뒤에도 '크런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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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게임개발사 직원들이 당연한 권리를 너무 오랫동안 놓고 산 것 아닌가 싶어요. 이제라도 우리 권리를 찾을 때입니다. 20년 넘은 악습을 바꿔야 합니다."
게임업계 3번째 노동조합인 '엑스엘 리부트'(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 엑스엘게임즈분회) 진창현 분회장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엑스엘 리부트는 한국 게임업계에 만들어진 세 번째 노조다. 2018년 9월 넥슨 노조(스타팅포인트)와 스마일게이트 노조(SG길드)가 창립했고, 2년 만에 엑스엘게임즈 노조가 이달 14일 문을 열었다.
진 분회장은 엑스엘 리부트의 최우선 과제를 묻자 "재량근무제 폐지, 유연근무제 및 출퇴근 기록 시스템 도입, 고용 안정, 전배 시스템 개선"이라고 답했다.
진 분회장에 따르면 엑스엘게임즈에는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시스템이 없다.
오전 9∼11시 사이에 출근하고 9시간 뒤에 퇴근하는 재량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9시간이 지나도록 퇴근하지 못하고 야근을 해도 초과근무를 얼마나 했는지 따로 기록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진 분회장은 "크런치(신작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 근무를 반복하는 게임업계 폐해) 때도 정확히 몇 시간 근무했는지 데이터화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출퇴근 시스템을 도입해야 야근비나 보상 휴가 등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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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후로 게임업계에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늘어난 바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등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게임 개발 직군의 근로 부담을 경감했다.
엑스엘게임즈에서도 분기별 노사협의회를 열 때마다 노동자 측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 '시스템 개발이 늦어진다'며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고 한다.
진 분회장은 "출퇴근 시스템을 1년 넘게 개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부서별로 야근을 얼마나 하는지, 부당하게 임금을 못 받은 직원은 없는지 등 문제가 발생할까 봐 미루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게임업계에서는 주로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엎어질 때 인원 감축 등 노동권 침해가 발생한다.
노조에 따르면 엑스엘게임즈에서도 프로젝트가 접힐 때 희망퇴직을 받거나, 다른 팀으로 옮기도록 하면서 다시 면접을 보게 해 회사에서 내보내는 사례가 있었다.
2015년 370명이었던 직원 수가 2017년 200명대로 줄었다가 현재는 420명일 만큼 인원 변동이 심한 상태다.
진 분회장은 "경영진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내보내고 새로 채용하는 게 습관화돼있다"면서 "권고사직이 진행되는데 동시에 채용 공고가 올라온다.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렵다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엑스엘게임즈 사측에서는 노조 설립에 현재 '무대응'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엑스엘 리부트에는 현재 직원의 10%가량이 가입했다.
진 분회장은 "회사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라,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자 노조를 만든 것"이라며 "이제라도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게임업계는 10년 후에도 크런치와 고용 불안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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