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약물 오남용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씻고자 `진료와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역할을 분담한 의약분업 제도가 2000년 7월 약 한 달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같은 해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올해로 벌써 20년째를 맞았다.
정부는 의약분업을 통해 애초 내세웠던 의약품 오남용 방지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 의료 관행과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제도개혁인데도 정책적으로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해 의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휴·폐업사태가 이어지는 등 의료대란을 겪었다.
이후 격렬한 사회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이제 의사한테 진료받고 약국에서 약을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의약분업 제도는 단단하게 뿌리내렸다.
의사 처방 없이 천문학적 규모의 전문의약품을 마구잡이로 써온 전근대적 의료 관행도 사라졌다.
하지만 약물 오남용의 잣대라 할 수 있는 항생제와 주사제 사용량은 제도 시행 이후 큰 폭으로 줄어 해마다 감소세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항생제 오남용 대표국가로 꼽힌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항생제 처방률은 의약분업 시행 이후 2002년 43.35%에서 2004년 35.22%, 2006년 32.74%, 2008년 30.47%, 2010년 26.23%, 2012년 26.21%, 2014년 24.86%, 2016년 24.78%, 2018년 22.86% 등으로 줄고 있다.
주사제 처방률도 2002년 39.69%에서 2004년 29.52%, 2006년 25.62%, 2008년 24.39%, 2010년 21.91%, 2012년 20.82%, 2014년 19.82%, 2016년 18.45%, 2018년 18.34% 등으로 낮아졌다.
약물 오남용 상황이 많이 개선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많이 줄었지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는 높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34.8DDD(Defined Daily Dose)로, 하루 동안 1천명당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34.8DDD)은 터키(40.6DDD), 그리스(36.3DDD) 다음으로 많고, OECD 평균(21.2DDD)과 비교해서는 1.6배 많은 수준이다.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생겨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보건당국도 국가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세우고, 내성균 관리에 나서고 있다.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과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등 2종류의 병원성 세균 감염증을 감염병으로 지정, 모든 의료기관이 이들 내성균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보건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VRSA와 CRE는 반코마이신과 카바페넴이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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