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운영 부실 논란' 이탈리아 고속도로 국영화 수순으로 가나(종합)

입력 2020-07-16 04:02  

'민자 운영 부실 논란' 이탈리아 고속도로 국영화 수순으로 가나(종합)
정부, 모란디대교 붕괴 참사 책임 베네통그룹 관련 업체 국영화하기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모란디 대교 붕괴 참사로 궁지에 몰린 유명 패션그룹 베네통이 결국 민자 고속도로 운영 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을 밟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6시간 넘게 이어진 내각 회의 끝에 베네통그룹의 고속도로 운영사인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ASPI)를 사실상 국영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ASPI는 2018년 8월 43명이 희생된 북서부 리구리아주 제노바의 모란디 대교 붕괴 참사와 관련해 유지보수 부실 책임이 제기된 업체다.
이후에도 고속도로 터널 천장이 무너져내리는 등 사고가 잇따르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ASPI의 고속도로 운영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탈리아 내 3천㎞가 넘는 고속도로 구간을 운영하는 ASPI는 베네통그룹이 자회사인 '아틀란티아'를 통해 지배하는 업체다. 아틀란티아가 ASPI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안은 국책 투자은행인 예금대출공사(CDP)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와 아틀란티아로부터 지분 매입 등을 통해 ASPI 지분 51%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ASPI를 국영화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아틀란티아는 보유 지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경영권 전환은 이달 말 개시돼 1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베네통도 정부안을 수용해 아틀란티아가 가진 ASPI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밝혀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정부 의도대로 국영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SPI 처리 문제는 이탈리아 연립정부 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뜨거운 감자'였다.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은 베네통의 고속도로 운영권을 즉각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보증된 법적 권리를 박탈할 경우 수십억유로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데다 국내외 투자자들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ASPI의 고속도로 운영권 계약 기간은 2038년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통그룹은 그 나름대로 정부가 운영권을 취소할 경우 회사 자체가 공중분해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정부의 국유화안은 이러한 반대 의견을 고려한 절충안 성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자 고속도로 정책 폐기로 방향 전환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소하고자 1999년부터 고속도로 운영·관리를 포함한 일부 사업 영역을 차례로 민영화해왔으나 안전설비 미비, 도로 노후화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며 시민들의 불만을 사왔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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