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북 협상재개 및 태도변화 촉구…"머지않아 고위급 논의 희망"
대선전 회담엔 "그럴 것같지 않아"…김여정 담화 수용 난망 해석도
"안알려진 논의 있다"고도 언급…주변선 '10월의 서프라이즈' 여전히 거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추가적인 북미 정상회담 성사 요건으로 비핵화 협상의 '진정한 진전'을 제시하며 대선 전 성사 가능성을 일단 낮게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에 열려 있다고 언급해 항간에서 11월 미 대선 전 대형 이벤트를 뜻하는 '10월의 서프라이즈'로 3차 정상회담이 거론됐지만 알맹이 없이 보여주기식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보다 더 까다로운 협상 조건을 내건 가운데 북한에 끌려가진 않겠다는 뜻이기도 해 우회적으로 북한의 협상 복귀와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주관한 대담에서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2년여 년 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결과들을 달성하는 데 있어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뉴욕이코노미클럽과 대담에선 한발 더 나아가 대선 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 7월이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지난달 29일 "그렇것 같지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비슷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의 반응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작년 2월 노딜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영변 폐기 대 제재 해제' 카드가 더는 협상의 기본 틀이 아니라며 이제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른다"며 공을 미국에 넘겼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도움이 된다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말하고 폼페이오 장관도 "적절하고 유용한 활동이 있다면" 정상회담에 열려 있다는 식으로 말한 데 대한 답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평가된다.
협상 틀을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은 미국이 기존 요구에서 크게 후퇴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작년 2월 하노이 회담 때까지만 해도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부분 해제' 구도였지만, 김 제1부부장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먼저 성의 있는 조처를 해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요구한 적대시 정책 철회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나 북미 수교, 평화협정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 입장에선 북한에 상응 조치로 줄 수 있는 협상 카드를 미리 포기라하는 말로도 들릴 수 있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진정한 진전'을 언급하고 대선 전 회담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서로의 조건을 맞춰볼 협상 재개에 북한이 나서라고 촉구하는 의미까지 담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기꺼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머지않아 고위급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대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또 북미가 최근 조용한 것 같은데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떤 것이 일어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논의가 더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중요한 진전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회담이라며 3차 회담의 유용성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전에 활용하기 위해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부분 완화'를 골자로 한 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4일 NBC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직전 북한과 유형의 합의를 보여줄 수 있다며 이 시점엔 대북 제재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취지로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져 제재의 완전한 철회보다는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수 있다고 수차례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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