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망원경 CMB 관측자료 이용 측정치, 플랑크위성 값과 일치
![](https://img.wowtv.co.kr/YH/2020-07-17/AKR20200716094100009_02_i.jpg)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칠레 북부 사막의 '아타카마 우주 망원경'(ACT)으로 '빅뱅'이 남긴 잔광인 '우주마이크로파배경'(CMB) 복사 지도를 만들어온 연구팀이 우주의 나이를 137억7천만년으로 산출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오차 범위는 ±4천만년.
외부은하의 후퇴 속도와 지구에서의 거리 관계를 나타내는 비례 상수, 즉 우주팽창률을 보여주는 허블 상수는 67.6㎞/s/Mpc로 제시했다. 지구에서 1메가파섹(Mpc·326만광년) 멀어질 때마다 초당 67.6㎞씩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의미다.
이는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CMB 자료로 산출한 값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허블 상수를 둘러싸고 벌어져 온 논쟁에서 CMB 측정 방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CMB 대신 셰페이드 변광성이나 초신성을 표준촉광(standard candle)으로 활용해 산출한 허블 상수는 74㎞/s/Mpc로,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네이처닷컴 등에 따르면 프린스턴대학 출신을 중심으로 7개국 41개 기관에서 14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 2013~2016년에 ACT로 관측한 자료로 CMB 복사 지도를 만들어 분석한 연구 결과를 두 편의 논문으로 정리해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org)를 통해 발표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0/07/16/AKR20200716094100009_03_i.jpg)
CMB는 빅뱅 이후 38만년이 흘러 뜨거웠던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면서 광자(빛)의 운동을 방해하던 자유전자가 수소나 헬륨 원자핵에 붙잡히면서 퍼져나가게 된 가장 오래된 빛이다. CMB 복사는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있고 온도가 2.7K(켈빈)로 거의 같지만 지역에 따라 0.03K 미만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 우주의 나이나 밀도 등을 포함한 우주의 구조와 진화, 팽창률 등을 계산해 왔다.
지난 2009~2013년에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자료로 작성된 CMB 복사 지도는 유례없는 정밀도로 이를 담아내 CMB 우주론의 표준이 돼왔다.
연구팀은 플랑크 위성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진 ACT를 활용해 지상망원경으로는 처음으로 CMB 지도 작성에 나섰다.
결과에 따라 CMB 측정 방식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될 뻔했으나 0.3%밖에 차이 나지 않는 값을 도출함으로써 CMB 방식에 대한 신뢰도를 더 높이게 됐다.
이번 연구에서 자료 분석을 이끈 영국 카디프대학의 우주학자 에르미니아 칼라브리시 박사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측정된 두 개의 자료를 갖게 돼 충분한 정확성을 갖고 비교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두 자료의 허블 상수 예측 차이가 0.3% 이내에서 이뤄져 다행"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ACT 결과가 측정방식 차이에 따른 허블 상수 차이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두 방식 간의 차이를 더 고착화하는 결과가 됐다. 이는 두 방식 중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 틀렸거나 둘 다 놓치고 있는 새로운 물리학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0/07/16/AKR20200716094100009_04_i.jpg)
프린스턴대학 이론물리학자 폴 스타인하트 박사는 ACT와 플랑크 위성 자료로 도출한 허블 상수 값이 일치한 것은 "진짜로 중요한 획기적 사건"이라면서 표준촉광법을 이용해온 측에서 방법을 개선해 일치되는 값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있다고 했다.
그러나 표준촉광법을 주도해온 존스홉킨스대학의 천문학자 애덤 리스 박사는 오류가 있는 쪽은 CMB 방식일 수 있다면서 "내 직감으로 그쪽에서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같다"고 응수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