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질환 환자 25만명 이상인데…'의료진 교육 부족'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국내 의료진 10명 중 7명은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가 불충분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CSL베링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11∼12월 대만·일본·호주·중국 및 국내 보건의료전문가 500명(국가당 100명, 호주는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희귀질환관리법에서는 전국적으로 2만명 이상의 환자(1만명당 약 3.9건)를 가진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정의한다. 또 진단의 어려움으로 인해 유병률이 알려지지 않은 질환도 포함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만 2억5천800만명가량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에는 25만명 이상의 환자가 희귀질환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다.
설문 결과 국내 의료진 응답자의 28.5%만이 '희귀질환 환자들이 최선의 근거기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임상지침 부족'(24%), '검사 및 치료 재원 부족'(16%), '의약품 승인 부족'(14.8%) 등을 이유로 최선의 근거기반 치료가 부재하다고 답한 의료진이 전체의 70%를 넘어섰다.
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른 국가인 호주(42.6%)와 대만(38.2%)의 경우 우리보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의료진의 비율이 높았다.
희귀질환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희귀질환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의료진의 53%가 '아니다/모른다'로 대답했다. 47%만이 통일된 기준이 있다고 봤다.
국내 의료진은 희귀질환에 대한 진료 빈도가 높았음에도 관련 지식에 대해서는 낮은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연구대상 다섯 국가 중 희귀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2%가 1달 1건 이상, 28%가 6개월에 1건 이상 신규환자를 진료한다고 답했다.
반면 본인 및 동료의 희귀질환 지식수준에 대해서는 중간 점수를 줬다. 5점 척도 중 본인에 대해서는 평균 3.11점, 동료에 대해서는 평균 2.9점을 부여했다.
국내 의료진은 희귀질환의 진단 및 관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정확한 진단 도출'(72.4%)과 '의약품에의 접근성'(58.6%)을 꼽았다. 또 응답자의 80% 이상이 질환 인식을 높이고 환자 교육과 지원을 제공할 환자단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연구팀은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방식 개선 ▲ 의료진 교육 강화 ▲ 지식의 광범위한 보급 ▲ 환자단체 파트너십 기반의 통합적 사회복지 등의 목표를 세울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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