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신 정치인·트럼프와 각 세운 인사 많아
"대선 앞 보안허점 테스트"…러·북한·개인해커 '해석 분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15일(현지시간) 무더기로 뚫리는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와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해킹 사건의 피해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등 말그대로 초거물급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인사라는데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앞서고 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흑인 사망 항의시위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다.
빌 게이츠는 민주당 성향 인사로 분류되며, 반(反)트럼프 선봉에 선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한 베이조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이다.
최근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한 억만장자 래퍼 카녜이 웨스트, 그런 웨스트를 공개 지지한 머스크가 공격 대상에 포함된 것도 흥미롭다.
반면 트위터 팔로워가 8천300만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을 피했고, 공화당 성향의 주요 인사들도 해킹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번 해킹의 대상은 미국 민주당과 좌파 인사"라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집단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보안상 허점을 테스트하는 사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해킹 사건이 나올 때면 거론되듯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 등이 해킹의 배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해킹에 도용된 계정들이 비트코인 사기에 이용됐다는 점에서 경제 제재로 돈줄이 마른 북한이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학 사이버국토안보센터의 클린턴 왓츠 선임연구원은 WP에 "러시아의 가장 위험한 놀이는 대선 당일 최대의 혼란을 가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적국이 정치인 계정을 해킹해 거짓 소문을 퍼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격을 피한 것을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해커가 민주당 인사들을 노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공격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고위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두고 빚어졌던 '특정한 사건'을 사례로 들면서 "대통령의 계정은 특별한 보안장치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특정한 사건이란 2017년 트위터 직원이 내부 시스템에 접속해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11분 동안 삭제했던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사기에 동원된 이번 공격이 효과적이긴 했지만, 아마추어의 면모도 엿보인다면서 개인 해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커가 마음만 먹었다면 유명 인사의 계정을 도용해 더 큰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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