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자 3명 사형 확정…'#처형 하지말라' 해시태그 750만회
트럼프도 반대 트윗…앰네스티 "불공정 재판"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청년들을 처형하지 말라는 요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확산하자 이란 사법부가 이에 즉시 해명했다.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이란 사법부가 여론의 흐름에 신속히 대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란 사법부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참여자인 아미르호세인 모라디, 모하마드 라자비, 사이드 탐지디 등 20대 남성 3명에 대해 사형이 확정됐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해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무기 강도와 기물 파손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시위 도중 부서진 은행과 버스의 사진을 찍어 외국 언론사에 제보한 사실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이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사형 확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란 SNS상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란 현지 SNS에선 '#처형하지 말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이들의 사형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피고인들이 흉악범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이라고 호소했다.
해시태그는 지난 14일 이란 사법부의 발표 이후 현재까지 750만회나 사용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처형 반대 캠페인에는 현지 유명인도 동참했다.
이란 유명 축구선수 마수드 쇼자에이는 인스타그램에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하산 로하니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에게 요청한다"면서 "젊은 이란인 3명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며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전날 트위터로 "이란에서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3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이들의 사형은 언제든지 집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에 개탄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집행돼선 안 된다"라고 주장하며 '#처형하지 말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에 가담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피고인들이 극도로 불공평한 재판을 받았다며 "당국의 고문 등 학대 혐의는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당국은 피고인들을 기소할 때 모라디의 '자백'에 의존했는데, 이는 변호인이 없는 상황에서 폭행, 전기 충격 등을 동원해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급속히 고조하자 이란 사법부는 15일 밤 "변호인이 재심을 신청하면 재심에서 판결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재심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란 사법부가 보기 드물게 신속하게 여론에 대응한 것은 미국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악화한 민심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ISNA통신은 이들의 변호인이 재심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최종판결이 체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중죄를 다루는 최고혁명법원의 최종 판단인 만큼 재심에서 사형 판결이 파기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현지 법률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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