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발 막는 '면역 기억 관문', 새 치료 표적으로 떴다

입력 2020-07-16 16:52  

암 재발 막는 '면역 기억 관문', 새 치료 표적으로 떴다
T세포 표면 NRP1 단백질 제거→암 재발 억제
미 피츠버그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면역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면역 치료제는 PD-1 같은 면역관문 억제 단백질을 차단한다.
킬러 T세포에 걸렸던 브레이크를 풀어 암세포 공격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이 기발한 치료법은 등장하자마자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기대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면역치료에 반응하는 암 환자가 세 명 가운데 한 명꼴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환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킬러 T세포의 '면역 기억 관문(immune memory checkpoint)'을 차단하면 암의 재발 방지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뉴로필린-1(NRP1)이란 단백질이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의 다리오 A. A. 비냘리 암 면역학 교수팀은 15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NRP1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면 다른 면역관문 분자처럼 암의 성장을 억제할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쥐의 T세포 표면에서 이 단백질을 제거해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특정 암을 기억하는 면역계의 능력에 NRP1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실험했다.
암 환자가 종양을 제거한 뒤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하는 것을 모방해, 똑같은 경로로 생쥐에게 암이 생기게 조작한 뒤 NRP1의 작용을 관찰했다.
그 결과 T세포에서 NRP1을 제거한 생쥐는 2차 종양의 발생과 성장이 억제됐고, 면역관문 억제 치료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제로 피부암과 두경부암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를 연구한 결과도 비슷했다.
병세가 악화한 두경부암 환자는, 면역 기억을 가진 킬러 T세포의 NRP1 수위가 초기 암 환자보다 높았고, 이런 T세포 수는 더 적었다.
면역치료를 여러 번 받은 말기 피부암 환자도 T세포의 NRP1 수위가 높은 것과 연관해 면역치료 반응은 저조했고, 면역 기억 T세포도 적었다.
비냘리 교수는 "항암 면역이 어떻게 제어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면서 "장기 항암 효과를 촉진하고 고양하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RP1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약은 이미 개발됐고, PD1 억제 면역 치료제와 병행 투여하는 용도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면역 기억의 항암 작용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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