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자신의 성기 관련 3D 데이터를 다른 사람에게 배포한 행위를 외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일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일본 내에서 예술 활동의 범위와 데이터의 외설성을 놓고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법적으로는 외설에 해당한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16일 자신의 성기를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배포해 외설 혐의(외설 전자적 기록 등 송신배포죄)로 기소된 여성만화가 이가라시 메구미(五十嵐惠·48)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40만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로쿠데나시코(쓸모없는 아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이가라시 씨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3월 사이에 자신의 성기를 입체적 형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3D 데이터를 보관한 인터넷주소(URL)를 후원자 6명에게 이메일로 보내 공유하고, 2014년 5월에는 관련 데이터를 담은 디스크 등을 3명에게 1천100엔씩 받고 제공했다.
검찰은 이를 전자기록매체로 외설물을 퍼뜨린 것으로 보고 데이터의 외설성을 인정해 기소했다.
변호인 측은 성기 정보를 담은 3D 데이터 배포가 후원자에게 작품 제작에 참여해 달라고 하기 위한 것으로, 예술활동의 일환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선 성기 형태가 생생하게 재현돼 열람자의 성적 욕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외설죄가 인정됐다.
최고재판소는 확정판결에서 "외설성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각화한 것만을 보고 판단할 일이지, 활동의 예술성을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검찰 손을 들어줬다.
이가라시 씨는 2014년 7월 자신의 성기를 본뜬 조형물을 성인용품점에 전시한 혐의(외설물 진열죄)로도 기소됐지만, 이 혐의는 1, 2심에서 "대중예술의 일종"으로 인정돼 무죄 선고를 받았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이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이다. 예술을 목적으로 만든 (성기 관련) 3D 데이터를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적정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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