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재로 벨기에 브뤼셀서 만나…반응은 엇갈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오랜 적대 관계 해소를 위해 평화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양국 정상이 1년 8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AFP·dpa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압둘라 호티 코소보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평화협상을 속개했다. 지난 10일과 12일 두차례의 화상 회담에 이은 대면이다.
양국은 유럽연합(EU) 중재로 2011년부터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2018년 11월 코소보가 세르비아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대화가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양국 정상 간 만남은 이후 1년 8개월 만인데, 이번 대면 역시 EU의 중재로 성사됐다.
회담 중재의 막후 역할을 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EU가 다시 양국 평화협상의 운전석 뒷자리에 앉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회담이 두 나라 관계의 포괄적인 정상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담 직후 양국 정상의 반응은 엇갈렸다.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중요하고 전략적인 모든 이슈에 대해 큰 이견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한 반면에 호티 코소보 총리는 경제 이슈에 대한 진전이 있었다며 다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호티 총리는 지난달 초 취임하자마자 세르비아를 겨냥한 무역장벽을 제거하며 평화협상 재개의 토대를 마련했다.
EU 측은 다음 주 실무급 대화가 이어지고 9월에는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협상의 핵심은 세르비아의 코소보 독립 및 주권 인정이다.
다만, 세르비아에서는 코소보를 역사·문화적으로 자국의 한 부분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 쉽지 않은 협상이 예상된다. 결국은 세르비아가 코소보 독립·주권을 인정하는 대가로 무엇을 취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내전을 겪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개입으로 1999년 전쟁이 종식되고서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긴장·갈등 관계가 이어져 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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