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약사 '알-파름' 밝혀…'러시아가 서방 백신 해킹' 주장 와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제약회사가 영국-스웨덴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공급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17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집단이 서방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와 관련한 연구 성과를 탈취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첨단 제약회사 '알-파름'(R-Pharm)의 알렉세이 레픽 이사회 의장은 이날 알-파름이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합의를 통해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에 의해 개발된 백신의 생산과 공급에 관한 협약서 서명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구체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 이행을 위해 알-파름의 기술적 역량이 이용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알-파름은 첨단 약품과 실험 장비, 의료장비 등의 개발·생산·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와 일본 미쓰이(Mitsui) 그룹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레픽 의장은 알-파름이 중동과 동남아, 유럽, 독립국가연합(CIS: 옛 소련권 국가 모임) 등의 30~50개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대한 공급도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름의 이날 발표는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른바 '코지 베어'로 알려진 러시아 해커 그룹 'APT29'가 서방 학계 및 제약업계의 코로나19 연구 성과를 해킹하려 했다고 발표한 뒤 나왔다.
코지 베어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을 해킹한 의혹을 받는 러시아 정보기관 연계 해커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같은 날 "영국과 동맹들이 백신을 찾고, 글로벌 보건을 지키기 위한 힘든 노력을 계속하는 와중에 다른 이들은(러시아는) 무모한 행동으로 이기적 욕심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 알-파름 지분을 가진 러시아 국부펀드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최고경영자(CEO)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러시아 내에서 영국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이미 알-파름에 전달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영국 백신을 훔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모든 얘기(해킹 주장)는 러시아의 성공을 두려워하는 일부 사람들이 러시아 백신에 먹칠을 하려는 시도이며, 러시아 백신이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오는 험담"이라고 말했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앞서 15일 러시아가 26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2일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 전문가들이 개발한 백신에 대한 1차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