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보존'으로 일단락된 그린벨트 논란…획기적 공급대책 나와야

입력 2020-07-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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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보존'으로 일단락된 그린벨트 논란…획기적 공급대책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서울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서울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 끝에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지키기로 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긴급히 불러 '발굴해서라도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뒤에 주택 공급 방안의 히든카드로 떠올라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가세하며 뜨거운 쟁점이 됐던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다시 잠금상태로 돌아갔다. 정부 내 엇박자와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들의 소신 발언 등으로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었던 그린벨트 해제 여부와 관련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서둘러 가닥을 잡아준 셈이다. 그린벨트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늦어도 이달 안에는 발표될 예정인 서울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 주택공급의 확대 수단으로 거론될 때마다 거센 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이번에도 공급 방안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은 다른 묘수가 딱히 없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집값 상승의 근원이자 대기수요가 몰려 있는 강남권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은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고밀도 개발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린벨트만큼이나 민감하다. 다주택자 상당수가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두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규제 완화의 특혜가 결국 돈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익환수 장치를 만든다 해도 올데갈데없는 1천조원 이상의 부동자금과 어우러져 재건축 아파트 '투기 광풍'을 일으킬 게 뻔하다. 고밀도 재건축을 통해 같은 지역에 거주 가구 수를 늘리면 교통 정체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용도지역 변경이나 상업지역의 주거 비율을 올리는 방안도 비슷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재건축 규제 완화나 상업지역 주거 비율 상향 등의 방안을 택하려면 강력한 이익 환수조치나 교통영향 평가 등 보완조치는 필수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주례회동에서 국공립 용지를 최대한 발굴키로 뜻을 모았다.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주택용지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서울시와 협의하도록 했다. 태릉골프장은 서울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150만㎡ 규모의 매머드 군시설로 이 일대를 개발하면 2만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주택공급 확대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논의 테이블에는 7·10 부동산 대책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거론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비롯한 많은 방안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공급 수단을 올려놓고 치열하게 논의한 뒤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서울의 주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강남권에 수요가 몰리고 집값이 뛰는 이유는 직장·주거 근접성이 뛰어나고 교통·교육 인프라가 월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말은 누구나 살기를 원하는 곳을 늘리면 강남권 수요가 분산되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서울 권역별로 비전을 내놓고 강남권 못지않은 교통·환경·교육 등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면 강남의 수요를 줄여 공급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강남권과 다른 지역의 주거환경의 격차가 큰 상태로 유지된다면 사람들은 계속 강남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서울의 주택시장 불안정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장을 정리하면서 그린벨트 문제의 가닥이 잡혔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과 잡음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시장과 상대하는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 정책 결정의 당국자들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유력 정치인들이 백가쟁명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책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로 변질할 우려가 있고, 그럴수록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줄어들게 돼서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를 타깃으로 하는 세제 강화나 대출 규제 등 투기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투기 세력이 훑고 지나간 뒤 불안해진 지역을 진정시키기 위한 뒷북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오히려 투기 세력에 학습효과만 키워주며 최근에는 대책 초기에 나타나던 찔끔 하락 현상마저 사라졌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정책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는 동시에 집값도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공급 방안으로 답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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