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변+α끌어내겠다'…미국 '불충분하다, 3가지 조건 추가'"
"북한 '대북제재 입장 표명 없으면 북미대화 무의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최근 방한한 것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 중개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비건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한국은 중개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겠다"고 제안했고 북미 간 의사를 조율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미일 협의 소식통이 설명했다.
미국 측은 비건 부장관이 이달 7∼9일 방한했을 때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한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조건을 논의했는데 한국은 "북한을 설득해서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도 비핵화 조치를 추가하는 '영변+α'(알파)를 끌어내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국 측은 평양 교외 강선에 있는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의 폐기를 α로 거론했으나 미국은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하고 있는 곳으로 보이는 산음동 비밀 미사일 연구시설의 실태를 알 수 있는 목록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모든 핵 개발 계획의 포괄적 신고와 더불어 미국과 국제사찰단이 완전한 형태로 현지를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모든 핵 관련 활동 및 새로운 시설의 건설을 중지할 것도 요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물밑에서 북한에 전했으나 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한 북미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반응했으며 결국 비건 방한 때 북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 때 "앞으로도 한미 워킹그룹은 계속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전하고 북한을 독자적으로 지원하려는 한국을 견제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한미워킹그룹은 비핵화, 남북 협력, 대북제재 문제 등을 수시로 조율하는 실무협의체로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이 각각 한국과 미국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남북 교류협력 사업과 관련해 대북 제재 면제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겠다는 한국 측 의도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건은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관해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 주 방한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와 동맹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방한 중에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