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보다 25배 강한 온실가스 대기도달 가능성 다른 해역보다 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 해저에서 메탄가스가 스며 나오는 활성화된 '메탄 침출지'(methane seep)가 처음 발견됐다.
바다 바닥에는 조류(藻類)가 침전물 아래서 부패하면서 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탄가스를 내뿜는 침출지가 곳곳에 있다. 이런 메탄 침출지는 남극 바다 주변에서는 활성화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에 메탄가스를 분출하는 곳이 확인돼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남극은 바다가 품고 있는 메탄가스의 25%를 갖고 있지만 메탄을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제역할을 못 해 이산화탄소(CO₂)보다 25배나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침출지에서 나와 상당부분이 대기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대양·대기과학과 조교수인 앤드루 서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극 로스해 북서안 맥머도 만(灣)에서 발견된 메탄 침출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메탄 침출지는 과학자들이 60여년 이상 연구를 해온 수심 10m 수역에 있었지만 지난 2011년 이전에는 메탄을 분출하지 않았다.
침출지 주변은 길이 70m, 폭 1m의 흰색 매트를 깔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메탄가스를 먹는 미생물과 공생관계에 있는 박테리아가 형성한 것으로, 메탄 침출지의 존재를 알리는 징표이기도 하다.
서버 박사는 지난 2012년 동료 학자로부터 "미생물 폭포"(microbial waterfall)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연구에 착수해 샘플을 채취하고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장기 연구를 한 끝에 결과물을 냈다.
연구팀은 남극 메탄 침출지 주변에서는 다른 해역에서와는 달리 미생물군이 빠르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다른 바다에서는 침출지 주변에 미생물군이 빠르게 모여들어 흘러나오는 메탄을 모두 먹어치워 대기에 이르지 않지만 남극의 차가운 물에서는 미생물군 형성이 다른 곳처럼 빠르지 못해 메탄이 그대로 대기로 흘러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있다.
또 미생물군이 5년에 걸쳐 느리게 형성된다 해도 처음에는 남극 해역에서 존재할 것으로 예상치 않았던 종이 먼저 출현하고 나중에야 메탄가스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종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연구돼온 다른 해역의 메탄 침출지는 수심 200~600m에 있었던 것과 달리 남극에서는 메탄 침출지 수심이 10m밖에 안 돼 미생물군이 메탄가스를 놓칠 확률도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미생물 생태학자 칼라 하이델버그 박사는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기후변화가 바닷물 온도를 끌어 올리고 남극 빙상이 녹으면 더 많은 메탄 침출지가 드러날 수 있다면서 이는 대기의 온실가스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서버 박사는 "지금까지 메탄 침출지가 형성되는 과정이나 남극에서 활성화된 것을 연구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남극의 침출지가 다른 해역과는 다르게 작동하며 미생물군이 형성되는데 수년이 걸리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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