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지도부 내부 권력 투쟁의 흔적이 있는 외교 공관
중국 전문가 "작은 공관 선택…이견 조율 여지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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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맞서 중국이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를 통지하며 미중 간 '공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청두 미 총영사관을 보복 대상으로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동등한 보복을 천명한 중국이 청두 미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은 상호주의를 표방하는 외교 원칙과 미중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두 미국 총영사관은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미국의 대중 공세의 큰 축인 신장(新疆)과 티베트를 관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과 갈등을 겪을 때면 신장과 티베트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 왔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서는 청두 미 총영사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정보를 수집하는 요충지로 눈엣가시처럼 여길 것"이라며 "청두 미 총영사관을 보복 대상으로 삼은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두 미 총영사관은 또 중국 지도부의 내부 권력 투쟁의 흔적이 있는 외교 공관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미중은 청두 미 총영사관에서 대치했다.
보시라이의 부하였던 왕리쥔(王立軍) 전 국장은 보시라이와의 다툼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 들어가 망명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왕리쥔 전 국장은 망명을 요청하며 중국 지도부의 비리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것을 요청했을 때 중국 영사관 측 직원들이 문서를 소각하는 사진이 공개되며 망신을 당한 중국 입장에서는 청두에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기를 원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 전문가는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 중국이 '청두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인터뷰에서 "청두 미 총영사관은 업무량과 관할 지역 규모가 비교적 작은 공관"이라며 "이 지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나 교민 역시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어 "중국이 청두 미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은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과 같은 이유"라며 "중국은 이를 통해 아직 이견을 조율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까지 앞으로 3개월 간 중미 관계는 매우 도전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며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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