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주담대 사상 최대…상반기만 주담대 32.2조↑, 작년 증가액의 70%
예탁금·신용융자·파생상품 예수금 등 증시 주변자금도 기록 경신 행진
한은총재 "경기 고려해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생산적 투자처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0% 금리' 등의 영향으로 3천조원 넘는 돈(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주변으로 흘러드는 자금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의도했던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가격을 밀어 올리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갑자기 거둬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전체 통화량, 통화량 증가 속도 모두 '미증유'
우선 현재 시중 통화량 자체가 역사상 가장 많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천53조9천억원으로, 지난 4월(3천18조6천억원) 사상 처음 3천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통화량 증가 속도도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5월에만 M2는 4월보다 35조4천억원(1.2%) 늘었는데, 이 월별 증가액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통계 이전 전체 통화량 수준이 지금과 비교해 매우 낮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 5월 통화량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불어난 셈이다.
◇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역대 최대…올해 증가폭도 '기록' 확실시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관련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모든 금융기관) 잔액은 1천521조6천969억원으로 한국 경제 역사상 가장 많았다.
같은 시점의 주택담보대출 잔액(858조1천196억원) 역시 최대 기록이다.
특히 올해 들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역대급'으로 더 빨라졌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권만 따져도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가계 대출이 40조6천억원 불었다. 이미 2019년과 2018년 한해 가계 대출 증가액(동일액 60조8천억원)의 67% 수준에 이르렀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역시 올해 1∼6월 32조2천억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 대출의 79%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얘기다.
올해 6개월간 증가액(32조2천억원)은 일찌감치 2019년 연간 증가액(45조7천억원)의 70%를 넘어섰고, 2018년 증가액(37조9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두 해 역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올해 못지않게 뜨거웠던 점, 지금까지 증가 추세 등으로 미뤄 올해 가계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올해 부동산으로의 '자금 러시' 현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달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들어 월별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생활자금'이 아닌 '주택구입자금' 용도의 대출 비중은 40∼90% 수준이다.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 전혀 부동산에 쓰이지 않았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올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32조2천억원) 가운데 평균 65%인 21조원 정도는 집에 투자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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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중 자금 관련 역대급 기록 (한국은행 등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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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M2)│3천53조9천억원(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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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M2) 월간 증가액│35조4천억원(2020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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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전체금융기관) │1천521조6천969억원(2020년 1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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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잔액(전체금융기관) │858조1천196억원(2020년 1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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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액(은행권) │40조6천억원(2020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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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행권) │32조2천억원(2020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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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예탁금 │46조1천819억원(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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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잔고 │12조6천604억원(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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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78조5천266억원(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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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거래 예수금 │11조9천835억원(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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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예탁금·신용융자·파생상품예수금 등 줄줄이 기록 갈아치워
증시 주변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은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를 보면, 우선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1천819억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1999년 이전 우리나라 증시, 통화량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다.
같은 시점의 신용융자 잔고도 12조6천604억원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이달 10일에는 마침내 신용융자 잔고가 13조원도 넘어섰다.
이밖에 주식투자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액도 지난 5월 78조5천26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역시 지난 4월 11조9천835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6월 현재 RP 판매액, 파생상품거래 예수금도 각 76조7천974억원, 11조9천62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자산 가격 거품' 논란까지 일고 있지만, 한은은 현재 이 문제를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금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 수급 대책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않고 보다 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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