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보안법 이슈 양보 불가 입장…강경 일변도
미중 갈등 아킬레스건 '홍콩' 대체지 모색 안간힘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이 한달을 맞은 가운데 사그라든 홍콩 시위대의 규모만큼이나 홍콩과 중국의 정세 역시 크게 변모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미국의 집요한 공격에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수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례적으로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홍콩보안법 지지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보였다.
중국은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강한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홍콩보안법을 지켜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나아가 중국은 미국의 조치로 자유무역항이자 금융 허브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홍콩 대신 무역과 쇼핑 기능을 갖춘 하이난(海南) 자유무역항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 외에 광둥성과 마카오를 한데 묶은 '웨강아오 다완취'(大灣區·Great Bay Area)를 앞세워 '홍콩 대체지'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홍콩보안법엔 한발짝도 양보 않는 중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제재 법안에 서명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 카드를 꺼내자 세간의 시선은 중국에 집중됐다.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은 중국 경제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강 대 강'으로 맞섰다.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효되자마자 테리 브랜스태드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미국의 홍콩 제재에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
이 소식은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대외에 공개됐다.
중국 외교부는 민감한 국제 문제에 대해서 다른 국가의 대사를 초치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정쩌광 부부장은 "미국이 홍콩보안법을 악의적으로 헐뜯고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취소했으며 중국의 기관과 개인에 대해 제재를 위협했다"면서 "이는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으로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고,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관련 기관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쩌광 부부장은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맞서 국가 분열과 테러 조직, 외세 결탁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일국양제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은 홍콩보안법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이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일국양제의 근간은 '일국'에 있으며, 일국이 바로 서려면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홍콩보안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국양제가 홍콩의 자치와 홍콩 주민의 자유, 홍콩의 독립적인 행정을 의미하던 과거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해석이다.
◇ 홍콩 대체지 하이난·웨강아오 다완취 육성
중국 당국은 한편으로는 홍콩의 역할을 대신할 대체지를 찾고 있다.
중국은 홍콩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다면 미국의 홍콩 압박이 커질 것을 대비해 하이난(海南) 자유무역항을 인도양 진출의 핵심 관문으로 삼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다음 날 인민일보 해외판에 하이난 자유무역항 지원책이 보도된 것은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무역항을 표방하는 하이난은 홍콩의 기능 중 무역과 쇼핑 부문을 대체할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당국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되기 전날 하이난의 면세 쇼핑 한도를 연간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상향했다.
면세 대상 역시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 술, 차까지 기존 38종에서 45종으로 확대해 홍콩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이난 세관당국에 따르면 면세품 구매 한도 상향 정책이 시행된 7월 첫째 주 하이난을 방문한 관광객의 면세품 구매액은 4억5천만 위안(약 775억원)에 달했다.
인기 상품은 화장품, 보석, 시계 등으로 중국 본토인의 홍콩 쇼핑 목록과 일치했다.
일부 면세품목은 홍콩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앞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타임스스퀘어 쇼핑몰에서 2천644달러에 판매되는 버버리 숄더백이 하이난의 산야 쇼핑몰에서는 2천470달러에 팔린다.
또 홍콩에서 1천612달러에 팔리는 아이폰11프로 512G 스마트폰은 하이난에서 1천458달러에 판매된다.
이 외에도 홍콩의 기능을 분산할 홍콩, 광둥, 마카오를 한데 묶은 '웨강아오 다완취' 역시 홍콩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과 마주 보고 있는 선전(深천<土+川>)은 이미 2018년 홍콩의 경제 규모를 추월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홍콩에 의존도가 커질수록 미국의 공세를 막아 내기 힘들다는 점을 중국 당국도 잘 알고 있다"면서 "중국 입장에서 홍콩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미중이 홍콩을 비롯해 남중국해, 대만, 신장 등 문제에서 강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주요 공격대상인 홍콩의 기능을 분산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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