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선거운동 주도한 인물…中 중앙정부 사무소 "정의의 실현"
베니 타이 교수와 함께 '우산 혁명' 이끈 침례대 강사도 계약 해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베니 타이(戴耀廷·56) 홍콩대 법대 교수가 해임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9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홍콩 최고의 명문 대학인 홍콩대 이사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베니 타이 교수의 해임안을 투표에 부쳤다. 투표 결과 찬성 18표, 반대 2표로 타이 교수의 해임안이 통과됐다.
타이 교수는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센트럴 등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벌인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4월 공공소란죄 등의 혐의로 1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타이 교수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지만, 홍콩대 이사회는 법원 1심 판결을 이유로 그의 해임을 결정했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해 홍콩대 총장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우산 혁명 후에도 활발하게 민주화 운동을 펼쳐온 그의 해임은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타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 구의회 선거 당시 야권의 선거 운동을 주도해 민주파 진영의 압승을 이끌었으며, 오는 9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도 야권 예비선거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지난 11∼12일 예비선거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1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해 홍콩 친중파 진영을 긴장시켰다.
타이 교수의 해임에 대해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성명을 내고 "악에 대한 처벌이자 정의의 실현"이라고 논평했다.
중련판은 "베니 타이는 센트럴 점령 시위와 야권 예비선거를 조직, 기획, 선동하는 등 사회의 갈등을 부추겼다"며 "그는 교육기관의 신성한 지위를 이용해 거짓을 퍼뜨리고 불법 행위를 선동했다"고 맹비난했다.
해임 소식을 접한 타이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나의 해임 결정은 홍콩대가 내린 것이 아니라, 대학의 배후에 있는 기관이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홍콩 내에서 학문 자유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홍콩 내 교육기관은 더는 그 구성원들을 안팎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게 됐다"고 질타했다.
홍콩대 동문 조직은 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타이 교수의 해임이 결정된 것은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며, 그의 해임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 등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타이 교수와 함께 재판을 받는 슈카춘(邵家臻·50) 홍콩침례대 강사도 대학 측으로부터 다음 달 말 종료되는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타이 교수 등과 함께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슈카춘은 2016년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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