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임대차 3법…전월세 시장 개혁하되 부작용 최소화(종합)

입력 2020-07-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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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임대차 3법…전월세 시장 개혁하되 부작용 최소화(종합)
계약갱신청구권 도입하고 임대료 증액 상한 설정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관문을 넘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 법안이 내달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임대차 시장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박주민·백혜련·박홍근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법사위 대안이 가결됐다.
법안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2년 더 거주하게 하는 2+2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임대료의 5% 이상 넘지 못하게 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 이내에서 상승폭을 다시 정하게 하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에 계약한 세입자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소급적용 논란이 일고 있으나 당정은 존속 중인 계약에 대한 규정이기에 소급적용하곤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기존 계약자에게 적용하지 않으면 집주인들이 웬만하면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서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릴 부작용이 우려된다.
1989년 임대차 최단 존속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을 때 존속 중인 임대차에는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때 2년간 연 20%가량씩 전세가가 폭등한 경험이 있다.
서울시 전세가격 연간 상승률은 1988년에는 7.3%였으나 1989년에는 23.7%로 껑충 뛰었고 1990년에도 16.2%로 높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 만료 6개월~1개월 전에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집주인이 묵시적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한 법 조항을 준용한 것이다.
하지만 묵시적 계약갱신과 관련한 법 조항이 12월 개정돼 해당 기간이 계약 만료 6개월~2개월로 바뀌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도 만료 6개월~2개월 전으로 바뀐다.
세입자는 계약을 연장하고 나서 필요에 따라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해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이미 다른 법에서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횟수와 상관없이 10년간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있게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됐다.
의원들이 낸 법안에서 제시한 계약갱신권 기간은 4년(2+2) 외에 6년(2+2+2), 무제한 등으로 다양했지만 결국 가장 낮은 수준인 2+2가 선택됐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해 임대차 존속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왕창 올리고 시작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신규 계약 임대료가 높아지게 돼 오히려 세입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점 등이 감안됐다.
법무부가 작년 진행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동시에 도입했을 때 초기 임대료 변동률은 임대료 성장률 가정(2∼11%)에 따라 4년(2+2)안은 1.67∼8.32%이지만 6년(2+2+2)안은 3.53∼19.43%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갱신 시 임대료 증액 한도를 기존 계약액의 5%로 제한하되,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5% 내에서 다시 한도를 정하게 한 것은 일부 의원이 제시한 표준임대료 제도는 도입하지 않되 지역 형편에 따라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표준임대료제도는 지자체가 각 지역의 적정 임대료 수준을 산정해 고시하는 제도로, 부동산 가격공시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이를 위한 행정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표준임대료 수준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자체가 자체 판단에 따라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보다 더 낮게 설정할 수 있게 함에 따라 전월세 가격이 많이 뛰는 서울 등 수도권에선 상한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물론 임대료 증액 상한이 너무 낮으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 지자체가 상한 수준을 마냥 내릴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는 원래 연장됐을 기간 내에 다른 세입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청구권제도 담았다.
이는 원고가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법에서 정한 일정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세입자는 계약 갱신 당시 3개월 월세,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에 전월세를 주고 얻은 임대료와 거절 당시 임대료 간 차액의 2년분, 갱신거절로 인해 입은 손해액 중 큰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세입자에겐 집주인의 실거주를 핑계로 한 부당한 퇴거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자 집주인에겐 허위로 계약갱신을 거부하려는 욕구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치다.
앞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임차인이 지출한 이주 비용과 임차인이 2년간 추가 지출하게 된 임대료 차액분의 합계액의 2배를, 같은당 박주민 의원은 그 3배를 배상하게 하는 법안을 낸 바 있다.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정부가 정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우선 사용하게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이날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전날 법사위에서 처리된 전월세신고제와 함께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단, 전월세신고제는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 시행된다. 전월세신고제는 계약 후 30일 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하게 하는 내용으로, 신고 시스템이 구축되면 국민도 신고 내용을 통해 임대료 수준을 참고하면서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같은당 이원욱 의원 등이 발의한 다른 법안은 이날 처리되지 않았다.
이 의원의 법안은 갱신 계약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입자를 받았을 때도 5% 룰을 따르게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집주인들이 4년마다 세입자를 바꾸면서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인데, 당정이 이 내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키로 함에 따라 추후 전월세 시장이 계속 불안하게 되면 쓸 수 있는 카드로 남았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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