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9월 선거 연기 현실화할까…"코로나19 상황 따라"

입력 2020-07-2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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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9월 선거 연기 현실화할까…"코로나19 상황 따라"
내각 회의서 연기 논의…일부 친중파 "中 전인대 개입해야" 주장도
'과반 목표' 민주파 "선거 패배 막으려는 술책" 강력 반발
美·英·EU "홍콩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치러져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9월 6일 입법회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친중파 진영의 주장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의 실질적인 내각 역할을 하는 행정회의는 전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입법회 선거 연기를 논의했다.
전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심각한 상태가 이어질 경우 캐리 람 장관이 선거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행정회의는 입법회 선거 후보 확정이 마무리되는 오는 31일 이후에 회의를 다시 열어 선거 연기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홍콩 내 코로나19 확산은 지난달까지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매일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천884명이다.
친중파 진영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한층 강하게 내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스탠리 응(吳秋北)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는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해 내년 여름에 다시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홍콩 정부가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전인대가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중국 본토 소식통은 "홍콩 정부가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법률적 사안에 대해 전인대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 중앙정부가 입법회 선거 연기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홍콩 법규에 따르면 태풍, 폭동 등 시민들의 안전이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입법회 선거가 연기될 수 있다. 다만 당초 선거 예정일부터 14일 이내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하지만 공중의 안전에 관련되는 비상 상황에서는 행정장관이 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비상대권'이 부여되므로 이 권한을 이용해 입법회 선거를 연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민주파 진영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당인 공민당의 제레미 탐 의원은 "현재 행정회의는 중국 중앙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중국 중앙정부는 입법회 선거가 당초 일정대로 치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9월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조슈아 웡(黃之鋒)은 "선거 패배를 두려워하는 친중파 진영은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선거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파 진영은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지난 11∼12일 예비선거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1만여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하자 고무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홍콩 민주파 진영은 이 기세를 몰아 9월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친중파 진영은 선거 연기론을 제기하는 동시에 민주파 진영 후보들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등에 위배되는 행적을 보였다며 상당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홍콩 선관위가 후보의 사상 등을 문제 삼아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2016년 이후 10여 건에 달한다.
전날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외국 세력의 개입이나 국가 분열을 획책하는 무리가 홍콩 입법회 의원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홍콩 선관위의 후보 검증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현재 홍콩 선관위는 최소 15명의 민주파 진영 후보에게 그 사상을 검증할 '충성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모든 후보는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할 뜻이 없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유럽연합(EU)이사회 등은 홍콩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이라면서 입법회 선거 때까지 홍콩의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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