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통해 "바이러스 피해자 마음 상하게 할 의도 없었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취한 봉쇄 정책을 비판했다가 논란이 일자 29일(현지시간) 공식 사과문을 냈다.
보첼리는 지난 27일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이 조직한 상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내가 아는 누구도 코로나19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봉쇄 조처에 대해 과도한 대응이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는 봉쇄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보며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집 밖으로 나갈 자유를 박탈당한 데 대해 굴욕과 불쾌함을 느꼈다"며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건대 나는 공정하지도, 건강상 유익하지도 않은 이 조처를 따르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코로나19로 무려 3만5천명 이상이 숨졌고 지금도 매일 10명 안팎의 사망자가 지속해서 나오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한 시민은 "이탈리아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취한 방역 대책을 조롱했다"며 해당 콘퍼런스를 주도한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와 함께 보첼리를 수사당국에 고발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보첼리는 결국 이틀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바이러스 피해를 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내 발언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의도는 아이들이 가까운 미래에, 그 나이에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부둥켜안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내 가족도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했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지 못했기에 최악의 상황을 걱정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첼리는 5월 말 이탈리아 피사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혈장을 기증하며 아내와 두 자녀를 포함한 온 가족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회복했다고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증상이 가볍고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 풀장에서 수영하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보첼리는 바이러스가 이탈리아 전역을 휩쓸던 지난 4월 12일 부활절에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대성당에서 코로나19 피해자를 위로하고 치유를 기원하는 라이브 콘서트를 열어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29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4만6천776명으로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3만5천129명으로 미국·브라질·영국·멕시코에 이어 5번째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89명, 사망자 수는 6명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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