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국가적 위기 속에 총리가 여름휴가를 써도 될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올여름 휴가 문제를 놓고 총리관저(총리실)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30일 보도했다.
2012년 12월 제2차 집권을 시작해 8년 차로 접어든 아베 총리는 정상 임기 만료를 1년 2개월가량 남겨 두고 지지율이 바닥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의 근원은 올해 1월 첫 확진자를 낸 이후 일본 열도에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천 마스크(일명 아베마스크) 배포 등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 낭비성 정책이 속출하고, 디지털화에서 뒤처진 일본 행정의 난맥상도 속속 드러났다.
특히 일본 국민 혈세를 5천억원 넘게 투입해 배포한 천 마스크는 최근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5%, '한 차례 이상 사용했다'는 답이 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패한 정책의 대명사가 됐다.
이로 인한 비난의 화살은 정책 판단의 책임은 "정치가 진다"고 해 놓고서 정작 책임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아베 총리에게로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제2차 집권 이후로는 해마다 한국의 추석 명절에 해당하는 8월 '오봉'(お盆) 기간에 야마구치(山口)현의 선친 묘소를 참배하고 지역구 인사들을 만난 뒤 후지산 자락에 있는 야마나시(山梨)현 나루사와무라(鳴澤村)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 예년처럼 여름휴가를 보냈다가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참모진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때문에 올 1월 26일부터 6월 20일까지 147일 연속 출근한 점을 들어 "정신은 건강하지만 몸은 피곤한 상태"라고 한 총리실 간부의 발언을 전하면서 예년 같은 휴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야당은 아베 총리가 국회와 민생 현장을 외면하고 관저와 사저만을 오가는 근무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애초 아베 총리가 지난 23~26일 이어진 4일간의 연휴에 사흘을 붙여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확산 양상을 보이고 일본 곳곳에서 발생한 호우 재해에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기분 전환용으로 제안한 도쿄도 내에서의 골프 일정도 백지화됐다.
다만 아베 총리는 '바다의 날' 휴일인 지난 24일 관저에 나와 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사저에서 외부 인사를 만나지 않고 보냈다고 한다.
또 원래 쉬려고 했던 27~29일에는 매일 오전이 아닌 오후에 출근했다.
이와 관련해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29일 라디오 일본과의 인터뷰에서 "호우와 코로나바이러스가 겹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 수뇌가 거의 집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같은 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도 "국가적인 위기인 만큼 (아베 총리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연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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