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등 국제연구진 "무거운 원소 적어…구상성단 형성·진화 기존 이론에 의문 제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호주 시드니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서 20억년 이상 전에 우리은하의 중력에 의해 파괴된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의 잔해로 보이는 별들을 발견했다.
이 별들은 구성 성분 중 무거운 원소들이 현재 구상성단을 이루는 별들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파괴되기 전 원래의 구상성단이 '기존 별들의 잔해'를 재료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현재 구상성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호주 시드니대와 미국 카네기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서 20억년 전 우리은하의 중력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보이는 구상성단의 별들이 길게 띠를 이루고 있는 '피닉스(불사조) 별 흐름'(Phoenix stellar stream)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상성단은 30광년 정도의 크기에 별 수십만개가 공 형태로 모여있는 천체로 우리은하 주변에는 약 150개의 구상성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상성단을 이루는 별들은 기존 별들이 초신성폭발 등으로 생을 마치고 남긴 잔해를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구성 원소 외에 이전 세대 별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일정 수준 이상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호주에 있는 앵글로-오스트레일리안 망원경을 이용해 불사조 자리에 있는 '별 흐름' 속의 별 11개를 정밀 관측, 구성 성분 중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의 양을 분석했다.
별에 무거운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를 '별의 금속성'(star's metallicity)이라고 하며, 이를 분석하면 그 별이 태어난 환경을 알 수 있다. 무거운 원소들이 많으면 그 별이 이전 세대 별들의 잔해가 모여 다시 별이 됐음을 의미한다.
연구팀 분석결과 피닉스 별 흐름 속 별에는 헬륨보다 무거운 칼슘, 산소, 인 같은 원소들의 양이 예측치보다 현저히 적게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칼슘의 경우 우리 태양에 존재하는 양의 0.2% 내외 정도만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피닉스 별 흐름의 모태인 원래 구상성단 내 별들이 이전에 생을 마친 별들의 잔해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이 확인되면 현재 구상성단들이 이전 세대 별들의 잔해에서 태어난 것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구상성단 생성·진화 경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은하와 초기 우주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팅 리 박사는 "피닉스 별 흐름을 구성하는 별들은 수십억년 전에 파괴된 구상성단의 잔해들이지만 운 좋게도 그 속에 아주 초기 우주에서 원래의 구상성단이 생성될 당시 기록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피닉스 별 흐름의 원래 구상성단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으며 이것이 은하 진화과정 상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연구를 이끈 시드니대 게린트 루이스 교수는 "이론적으로 규명해야 할 작업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이제 은하와 구상성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새로 등장한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