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유포자 자백…韓국방부 "구형 전투복 단속 대상 아니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세탁소에 걸려있는 한국 구형 전투복을 '중국 군복'이라며 SNS에 퍼트린 현지인이 경찰에 체포됐다.
31일 베리타사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북자카르타 경찰은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자카르타 거주자 AC(35)를 체포해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주 세탁소에 잔뜩 걸려 있는 군복을 비추며 "중국 군복인데 (북자카르타) 끌라빠가딩의 세탁소에서 방금 세탁했다. 중국군은 전쟁에 나갈 준비가 됐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SNS에 유포돼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끌라빠가딩의 42개 세탁소를 뒤졌지만, 군복을 세탁한 업소를 찾지 못했고, 영상 속 군복의 마크와 명찰, 모양새에 비춰 중국 군복이 아니라 한국 군복으로 확인됐다고 초동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군복이 왜 거기 있어?…인도네시아 세탁소에서 무더기 발견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어 계속 수사를 벌인 결과 해당 동영상을 왓츠앱 메신저 등 SNS에 올린 최초 유포자 AC를 자카르타 동부 자택에서 체포했다.
AC는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했다"며 자백했으나 자신이 동영상을 제작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군복의 존재와 동영상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수사 중이다.
부디 헤르디 수산타 북자카르타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피의자는 특정 집단에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며 "전자상거래 및 정보법(UU ITE)에 따라 최대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유혈 폭동 사태가 발생해 화교(중국인 이주민) 대량 학살과 약탈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도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는 화교가 경제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반중 정서가 일부 남아있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동영상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10년 전 교체한 구형 일반 사병용 전투복이고, 계급장을 보니 육군과 공군 구 전투복이었다"며 "한국에서 현용 군복이 아닌 이전 군복을 중고거래한 경우 무죄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속 군복 마크는 육군 백룡, 진충, 노도 등 다양하다. '김세광'이라는 명찰도 보인다.
국방부는 "구형 전투복은 군복단속법상 단속 대상이 아니므로 한국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며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판매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법률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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