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회복 신호'…코로나 재확산·미중 갈등은 변수

입력 2020-08-01 11:09  

한국 수출 '회복 신호'…코로나 재확산·미중 갈등은 변수
연내 수출 플러스 전환 가능할까…정부 "안심할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 수출이 지난달에도 반등에는 실패했지만, 감소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며 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는 7월 실적을 긍정적인 회복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추이와 전 세계 경제성장 및 교역 시장 위축 등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며 반등 시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줄었다.
감소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4개월 만이다. 월별 수출 감소율은 4월 -25.5%, 5월 -23.6%, 6월 -10.9%로 두 자릿수 대를 이어왔다.
지난달 수출이 개선된 것은 주요국이 코로나19 여파에서 조금씩 벗어나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7.7%)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으며 중국 수출(2.5%)은 6월(9.6%)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동시에 플러스가 된 것은 2018년 10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두 나라로의 수출은 우리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유럽연합(EU) 수출은 11.1%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자동차 수출 감소 폭이 줄고 바이오헬스와 컴퓨터가 수출 호조를 보이면서 5월(-22.6%)과 6월(-17.0%)보다는 개선됐다.
다만 아세안(-14.6%)과 일본(-21.5%), 중남미(-18.4%) 등 그 외 지역은 코로나19 영향이 지속하며 여전히 부진했다.
주요 품목 중 자동차 수출이 오랜 부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5월 반 토막(-54%)이 나는 등 최근 계속 어려웠던 자동차 수출은 미국과 EU로의 수출 호조로 감소율(-4.2%)이 한 자릿수대로 둔화하며 선방했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2차 보조금 지급에 대한 기대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상승하고 완성차업계가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수출이 14.2% 증가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EU는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 따른 영업 재개 및 유럽 내 이산화탄소 규제로 인한 전기차 수출 증가로 수출 감소 폭이 6월 -13.1%에서 -10.4%로 둔화했다.
그 외 바이오헬스(47.0%), 컴퓨터(77.1%), 반도체(5.6%), 선박(18.0%), 가전(6.2%), 무선통신기기(4.5%) 등도 수출 호조를 보였다. 석유제품(-43.2%)은 저유가 영향으로 부진을 이어갔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교역과 주요국의 수출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우리 수출이 꾸준히 회복세를 나타낸 것에 의의를 뒀다.
세계무역기구(WTO) 5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10대 수출국 중 홍콩을 제외한 9개국의 수출이 감소했고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감소율이 30%를 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홍콩을 제외하면 월 수출 증감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에 속한다"면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4월 이후 감소율이 지속 개선되면서 3개월 연속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기나 IT버블 등 과거 수출 위기 때 위기 초반 감소율이 악화하거나 등락을 반복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5월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 순위는 작년과 같은 7위이며 교역 규모는 1계단 상승한 8위를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한국 수출이 발목을 잡히지 않고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재확산하면서 '2차 팬데믹'이 현실화하고 있고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저치를 찍는 등 글로벌 경제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당초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소비가 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우리 수출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여러 변수로 인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가 활성화하고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7월 수출 감소 폭이 완화됐다"며 "다만 전자제품과 석유제품 등 다른 주요 품목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아세안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것은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주요국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이어진다면 우리 수출이 감소 폭을 계속 줄여나가면서 연내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 2차 팬더믹이 현실화하거나 미·중 무역분쟁, 미국 대선 등의 변수로 인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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