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구성 다음날 결정적 증인 사망…경찰도 "이상한 죽음"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의혹의 끝은 어디일까.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주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의 뺑소니 사망사고에 대한 태국 사법당국의 불기소 결정을 둘러싸고 의혹이 '양파 껍질 까듯'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3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오라윳을 불기소하는데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언을 했지만,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짜루찻 맛통(40)의 시신을 부검할 수 있도록 시신을 보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짜루찻은 지난달 30일 새벽 북부 치앙마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다른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사고로 사망했다.
뜨라이수리 따이사라나꾼 정부 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짜루찻이 숨진 타이밍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법의학 전문가들이 부검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짜루찻은 전날 고향인 치앙라이에서 화장될 예정이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년 전 새로운 증인으로 갑자기 나타났다.
다른 한 명의 증인과 함께 사고 당시 오라윳 뒤에서 운전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라윳이 시속 80㎞ 이하 속도로 페라리를 몰고 3차선에서 달리고 있었지만, 왼쪽 차선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경찰이 갑자기 차선을 바꿔 앞으로 끼어들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경찰이 잘못한 것이지, 오라윳은 잘못이 없다는 증언이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오라윳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8년 전 사고 당시 경찰은 오라윳이 시속 177㎞로 페라리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어, 거짓 증언에 따른 불기소 처분이라며 여론이 들끓었다.
이러자 쁘라윳 총리는 29일 직속 진상조사위를 구성,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진상조사위 구성 이후 하루도 안 돼 짜루찻이 숨진 타이밍도 의심스럽지만, 사건 자체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짜루찻과 부딪힌 뒤 병원에 입원한 오토바이 운전자 솜차이 따위노는 애초 그를 모른다고 진술했다가, 사고 전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처음 만났고 이후 술을 더 마시기 위해 다른 곳을 찾으러 가다 사고가 났다고 말을 바꿨다.
짜루찻이 한 때 일한 치앙마이의 한 로펌이 유위티야 일가와 친분이 있는 치앙마이 프로축구 구단주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의구심을 불러왔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이 구단주는 짜루찻을 모른다고 했지만, 지난 3년간 구단에 1천만 밧화(약 3억8천만원) 가량을 지원해 준 유위티야 일가와 잘 안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또 사고 직후 누군가가 짜루찻의 소지품을 친척들에게 전달해 준 것도 의문이다.
소지품에는 휴대전화도 있었는데, 액정은 깨지고 유심도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고를 처음 조사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짜루찻이 몰던 오토바이가 솜차이 오토바이의 뒤를 들이받은 뒤 떨어지면서 도로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 범죄진압국(CSD)은 아직 사인을 특정하지 않았다면서, 사망 사고에 숨겨진 동기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끼사나 파타나-차론 경찰 대변인도 "짜루찻의 죽음은 이상하고, 그에 대한 대중의 의심도 있다"고 말했다.
위차 마하쿤 총리 직속 진상조사위 위원장은 쁘라윳 총리에게 오라윳 사건과 관련한 다른 증인들에 대한 신변 보호를 제공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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