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대책] 50층까지 높일 수 있게 된 강남 재건축…조합 참여할까(종합)

입력 2020-08-04 12:31   수정 2020-08-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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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대책] 50층까지 높일 수 있게 된 강남 재건축…조합 참여할까(종합)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홍국기 기자 = 정부가 4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은 강남 재건축 활성화를 노린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강남 집값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주택 수요가 높은 강남에서 주택 공급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컸고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 용적률이나 층수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기로 한 것이다.

◇ 용적률 500% 혜택 제시한 공공 재건축…35층 층수규제 해제는 '덤'
공공 재건축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재건축으로, 이를 위해선 주택소유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용적률과 층수제한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다. 이를 위해 종상향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고밀 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 신혼부부 및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원래 용적률 250%이면서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가구수가 500가구인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을 300%까지 올린다고 하면 가구수는 100가구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때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고 치면 100가구 중 50가구는 기부채납받아 임대로 돌리고 나머지 50가구는 일반분양된다.
하지만 이 단지가 용적률을 250% 더해 총 500%까지 받으면 가구수는 500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500가구 중 250가구는 일반분양되고 나머지 250가구는 기부채납받아 절반씩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배분된다.


주거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현행 90%인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도 상한을 없애고 가구당 2㎡인 공원설치 의무 규정도 완화한다.
정부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구체적 공급방식은 지역별 수요나 여건 등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로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는 재건축 단지나 인근 단지에 대해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상향이 추진되면서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을 통해 도시 미관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내 주거지역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해 왔다.
그동안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층수를 5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시의 층수 규제에 막힌 상태다.
이들 아파트 외 다른 아파트도 층수를 50층 수준으로 올리는 재건축을 타진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49층 아파트 건립계획을 수립한 바 있고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도 재건축을 통해 50층으로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수정하면 층수제한은 얼마든 풀릴 수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용도지역별로 용적률이 규정돼 있지만 층수제한과 관련한 규제는 별도로 없다.


◇ 재건축 조합 참여가 관건…주택 소유자 3분의 2 동의 받아야
관건은 재건축 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다. 정부가 나름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해도 조합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일반 재건축이 제외된 데 대해 시장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당정은 공공 재건축 외 일반 재건축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막판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일반 재건축은 빠졌다.
조합 입장에선 L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것이 결코 반가울 수는 없다.
특히 조합원간 첨예한 갈등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재건축 사업의 특징상 가뜩이나 의견이 분분한 재건축 사업에 LH 등이 개입했을 때 사업이 원활히 잘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정부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하면서도 이를 통한 조합의 수익은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고밀개발로 인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게 해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을 통한 기대수익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면 조합으로선 쉽게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건물을 높이 지어본들 수익은 적은데 임대와 소형주택만 많이 짓게 된다면 주차장만 복잡해질 뿐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공공재건축이 잘 추진되더라도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층수제한 규제를 뚫고 초고층으로 지어질 길이 열리게 되면서 주변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내밀었지만 이에 대한 위헌 시비가 더 커질 수 있다.
토지 거래를 규제하는 제도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쓴다는 것은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재건축이 완공까지 상당 기간 걸릴 수밖에 없는데 당장 집값이 불안하다고 해서 재건축 단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다면 언제까지 이를 유지해야 하느냐도 문제다.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이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해당지역에선 실거주 사유를 대고 주택을 구입하는 현금부자로 인해 신고가 기록이 갱신되고 있고 그 인접지역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7월 서울 집값 통계를 보면 송파구는 0.91% 올라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 2위를 차지했고 강남구도 0.70% 상승해 서울 평균(0.71%) 수준을 유지했다.
당정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괜히 규제만 풀어줬다가 오히려 강남 집값을 더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컸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층수제한이 풀리면서 한강변 아파트들이 50층 이상 올라가면 한강 조망은 오롯이 이들 최고급 아파트에 양보해야 한다.
한번 바뀐 스카이라인은 되돌릴 수 없다. 서울시가 7년 가까이 재건축 조합들의 반대도 무릅쓰고 25층 층수제한을 고수한 이유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응은 그리 적극적이진 못하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공참여형 재건축은 우리 아파트와는 안 맞는 것 같다"며 "LH나 SH는 저가 중심, 소형 위주의 집을 많이 짓고 있어 특단의 반대급부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민간주택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여서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등의 방식은 일반적으로 중대형이 많은 압구정동에는 안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공공재건축 방식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 단지는 학교가 근처에 있어 높이가 높아지면 일조권 문제가 있고, 50층으로 올리더라도 과도하게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세대수가 많아지고 지하 주차장도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관심을 보였다.
추진위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우리 아파트는 추진된 지 너무 오래돼 공공재건축이라도 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재건축 속도를 낼 수 있고 투명성도 보장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0층 공공 재건축 허용…서울조달청·서울의료원 부지도 개발 / 연합뉴스 (Yonhapnews)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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