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학대 상황 참작해 살인죄 대신 과실치사 혐의 적용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 이주한 영국인 여성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현지 법원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4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원은 부부싸움 중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 여성 사만다 존스(52)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만 링깃(282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사만다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부가 그보다 형량이 적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데 동의했다.
사만다는 남편 존 윌리엄 존스(사망 당시 63세)와 2001년 결혼한 뒤 2005년부터 말레이시아 휴양지 랑카위에 거주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사만다는 2018년 10월 18일 오전 부부싸움 중 부엌에 있던 흉기로 남편의 등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만다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사망자는 알코올중독자이며, 17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내를 오랜 기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새벽에 남편이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를 발로 찼다"며 "아내가 부엌으로 도망쳤지만, 남편이 쫓아와 싸움이 벌어졌고, 아내가 흉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만다는 선고 공판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당시 그는 너무 화가 나 있었고, 나는 무서웠다"며 "그 사람이 몹시 그립다. 그날 내가 한 일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다.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사만다의 진술을 반영해 최고 사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살인죄 대신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또, 과실치사 혐의 유죄 형량이 최고 징역 10년이지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만다의 변호인은 "사만다는 이미 20개월 넘게 구속 생활을 했기에, 내년 말이면 가석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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