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중구 등 주요 면역세포, 중증 '이상' vs 경증 '정상'
독일 DZNE 등 컨소시엄,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부분의 환자는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그 중에는 무증상 감염자도 있다.
하지만 감염자의 10% 내지 20%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중증 폐렴으로 진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렇게 악화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이런 중증 환자는 대개 심각한 수준의 염증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는 강한 면역 반응을 시사하는 것인데 실제로 중증 환자에게선 효과적이지 못한 면역 반응이 관찰된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면역 반응에 이런 모순이 생기는 이유를 마침내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겉으로 보면 면역계가 정상 작동하고 면역세포도 많이 생기는데 주요 면역세포의 기능에 결함이 많다는 게 요지다.
이번 연구엔 독일의 베를린 샤리테 의대, 본 대학, 신경 퇴행 질환 센터(DZNE), 감염병 연구 센터(DZIF) 등 다수의 연구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셀(Cell)'에 실렸다.
7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경증 또는 중증 판정을 받은 남녀 환자 53명으로 실험군을, 다른 바이러스성 기도 감염 환자와 건강한 미감염자로 대조군을 각각 구성했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혈액 샘플을 '단일 세포 OMICs 기술(single-cell OMICs technologies)'로 분석했다.
이 기술을 쓰면 하나의 세포 단위에서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생성 정도를 높은 해상도로 검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확인한 혈중 면역세포 특성과 면역세포 표면 단백질 관찰 결과 등을 연계해 코로나19 환자의 면역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했다.
초점은 호중구(호중성 백혈구)와 단핵구(단핵 백혈구)를 포함한 골수 생성 면역세포에 맞춰졌다.
면역 반응 초기 최전선에 투입되는 이들 면역세포는 추후의 항체 형성과 다른 면역세포 동원 등에 관여한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는 이 지점에서 확연히 갈라졌다.
경증 환자는 호중구와 단핵구가 모두 제 기능을 수행해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
반면, 중증 환자의 경우 호중구와 단핵구가 일부만 활성화됐고, 훨씬 덜 성숙한 상태에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세포도 발견됐다.
이를 종합할 때 중증 코로나19에서도 면역계는 나름대로 제자리를 지킨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하지만 호중구 등 주요 면역세포의 결함으로 충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못해, 폐 조직의 심한 염증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대해선 다른 바이러스 감염 질환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치료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본 대학 '생명 의과학 연구소(LIMES Institute)'의 아나 아셴브레너 박사후연구원은 "기능에 이상이 생긴 면역세포가 너무 많다면 그런 세포들을 가려내 억제하거나 아예 리프로그램 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ZIF의 연구 그룹 책임자인 야코프 나테르만 교수는 "면역계에 작용하는 약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어차피 면역계를 완전히 닫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암 치료 경험을 여기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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